"왜 없앴지?" 검찰, 증권범죄합수단 부활 '시끌'

박윤예 2021. 5. 16.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 전 해체 이후 뒷말 무성
당시 단장 "이유 못 듣고 폐지
합수단 직원들 모욕감도 느껴"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우려에
박범계 금융 증권범죄 관련
수사역량 강화토록 직제 개편"

최근 법무부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 가능성을 시사하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작년 1월에 합수단을 폐지한 '진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합수단조차도 그 이유를 고지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 이유를 둘러싸고 정권 수사와의 관련성 등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합수단의 마지막 단장이었던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당시 합수단이 폐지되는 이유를 모른 채 폐지됐다"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당시 합수단은 폐지의 부당성과 존치할 이유를 법무부에 조목조목 얘기했지만 결국 폐지됐다"면서 "폐지된 지 9개월이 지난 작년 10월에서야 당시 추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합수단이 부패의 온상이라서 폐지했다'고 해서 그 이유를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의 '부패 온상' 발언에 대해 그는 "불철주야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애썼던 합수단 직원에 대한 모욕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무부는 합수단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주가 조작이라든지 허위 공시나 허위 정보를 활용한 여러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가 염려된다"며 "수사권 개혁의 구조 아래에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던 합수단은 서울 여의도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대형 증권·금융범죄 사건을 전담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2013년 5월 출범한 이후 1000명에 가까운 자본시장법 사범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작년 1월 합수단을 해체했고, 기존 합수단 업무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가 담당하고 있다.

법무부가 합수단 부활 가능성을 살짝 내비쳤음에도 벌써부터 금융당국과 증권가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합수단은 50여 명 규모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 인력이 파견돼 구성됐다. 관계기관이 함께 일하면서 치고 빠지는 수법의 금융·증권범죄에 '전문성'과 '속도감'을 갖고 대응할 수 있었다. 정작 법조계는 합수단 부활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당시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합수단을 폐지했는데, 이제 와서 합수단이 부활하면 검찰개혁에 반하는 행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도 합수단 부활 얘기가 나오자 바로 반발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3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합수단은 전문성과 남다른 실력으로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이었다"며 "권력형 범죄 중에도 초대형 부패경제사범을 방관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도 지난 14일 "'합수단 부활'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의 말은 금융·증권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직제 개편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지, 추 전 장관이 폐지한 합수단을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당시 '밀실 폐지'를 두고 갖은 추측이 나온다. 합수단 폐지 이유가 밝혀져야 부활 가능성과 그 이유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합수단의 '밀실 폐지'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컸던 만큼 정권 수사와의 관련성이 주목된다.

합수단은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과 맞물려 1차 폐지 위기에 놓였다. 가족 펀드 의혹을 받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팀에는 합수단 소속 검사가 파견된 바 있다. 그후 추 전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합수단을 폐지했다. 당시 합수단은 신라젠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 여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폐지 이후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로 넘겨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직원의 비리를 이유로 수사 부서 자체를 없앤 경우는 없었으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증권·금융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등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맞지만, 합수단 부활은 현 정권에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