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가 밝혀줄게. 끝까지 함께할게 정민아" 빗속 한강 추모집회..진상규명 촉구
경찰 해산명령…“미신고 불법 행진” 막아서
“CCTV 공개하라” “조작 말라” 시민들 구호
‘우리 모두가 정민이 부모’ 손피켓 든 시민들
SNS 보고 찾아와 우산·피켓 들고 눈물 짓기도
‘손정민 수사’ 서초서 앞에서 “구속수사” 외쳐
비가 내리는 16일 대학생 손정민씨가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경찰 추산 시민 200여명이 모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고(故) 손정민군을 위한 평화집회’다. 시민들은 빗속에서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입은 채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고 손정민군의 죽음을 명명백백히 밝혀내라”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5060대 여성 다수 참석 “내 아들 같다”
“수상한 점 많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거짓은 진실 이길 수 없다” 손피켓
집회 30분 전부터 삼삼오오 참여한 시민들은 ‘정민이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우리가 정민이 부모다’, ‘우리가 정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CCTV 공개하라”, “조작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끝까지 함께할게 정민아’, ‘40만 청원마저 은폐. 그 뒤에 누가 있는가’, ‘억울한 청년의 죽음에 침묵하는 청와대’,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밝혀줄게’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주장이 담긴 피켓들이 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숨진 손씨와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가진 50~60대 여성들이 다수를 이뤘다. 한 50대 여성은 “내 아들과 같다”면서 “억울하고, 수상한 점이 많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정의로운 나라’에서 시작된 이 집회는 당초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집회 신고도 따로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참가자들이 모인 오후 2시 10분여쯤부터 한 참가자가 구호를 선창하면서 모든 이들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공원 내 스피커에서는 ‘한강공원 내에서도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있다’는 안내방송이 거듭 나왔지만,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 “불법 행진, 사법 처리” 경고에도
시민들 “구속수사” “진실규명” 외치며
손정민씨 수사 중인 서초서까지 행진
참가자 “경찰이 문제, 수사 제대로 않고
억울한 마음에 나온 시민들만 통제”
집회를 벌이던 시민들은 공원을 벗어나 인도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미신고 불법 행진’이라며 막아섰지만, 시민들은 몸싸움 끝에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고 설명했으나,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 여성은 “경찰이 문제”라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억울한 마음에 나온 시민들만 통제한다”고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CCTV를 공개하라” “구속수사” “진실규명” 등을 외치며 한강공원에서 고속터미널역을 지나 손씨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서울 서초경찰서로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한강공원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애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집단을 이뤄 불법 행진을 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면서 “사법처리가 될 수 있으니 질서를 유지해달라”고 경고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을 멈추지 않았고, 서초경찰서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하던 시민들은 서초경찰서 앞 인도 앞에서 멈춰 진실 규명을 요청하는 구호를 제창했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이던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쯤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탑승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그는 닷새 뒤인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3시 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로 부모와 통화하며 ‘정민이가 잠이 들었는데 취해서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통화 후 다시 잠이 들었다가 바뀐 손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홀로 귀가했다.
사라진 손씨의 휴대전화를 찾아 사망 원인 규명을 돕겠다며 수색에 나섰던 민간 자원봉사팀은 전날 수색활동을 모두 종료했다. 민간수색팀 ‘아톰’ 관계자는 “이미 찾아본 곳도 교차수색했지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휴대폰은 이곳에 없다는 게 우리의 잠정적인 결론”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도 해군과 함께 A씨의 휴대전화 수색을 이어갔다.
손정민씨 친구 첫 입장 표명
“사소한 억측 수사결과 나오면 해소될 것”
“지금은 고인 추모하고 슬픔 위로할 때”
“해명은 유족과 진실공방… 도리 아냐”
A씨 측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쏟아진 A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사소한 억측이나 오해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지금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지난 15일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A씨 측은 전날 방영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저희 입장을 해명하는 것은 결국은 유족과 진실공방을 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라고말했다.
A씨 측은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애도하는 것이 저희가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 가족이 손씨 실종 직후 A씨의 신발이 더러워져 버린 점, 실종 직후 당시 한강공원 폐쇄회로(CC)TV에 등장한 A씨와 A씨 부모의 행동, 정신을 잃은 듯한 손씨 곁에서 손씨 옷을 뒤지던 A씨 목격자 사진 등등이 공개되면서 손씨의 사망 원인에 A씨 관련 여부를 둘러싼 각종 해석들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각종 포털과 SNS에는 A씨와 A씨 가족의 신상공개 논란까지 빚어졌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손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 제기가 연일 이어지자 A씨 측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목격자 9명과 A씨의 가족, 기타 참고인 등을 포함해 20명 가까운 인원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12일에도 A씨를 변호사 동행하에 재소환해 프로파일러 면담을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
“친구 A씨 행동 현장 상황과 안 맞아”
“최소한 찾는 행동, 112 신고 전혀 없어”
손현씨, 사라진 A씨 휴대전화·신발 의혹제기
방송에서는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인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친구 A씨의 행동이 현장 상황과 잘 안 맞는다. 했어야 할 행동들이 부재하다”면서 “찾는 행동, 112에 신고하는 행동, 최소한 누구한테 찾아가 ‘(정민씨처럼 생긴 사람을) 봤냐’고 얘기해야 했는데 그런 행동들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이어 “자기는 집에 가서 부모님과 찾는다? 처음 들었을 때 이건 사고 플러스 사건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A씨를 의심하는 이유에 대해 “A씨가 바뀐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으려는 노력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등 몇 가지를 밝히기도 했다.
손현씨는 “(A씨가) 2시간 반 동안에 기억은 딱 하나 얘기했다. 우리 아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뛰어가다 넘어졌고 걔를 일으키다가 옷과 신발이 더러워졌다고 했다”면서 “‘신발을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버렸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을 대동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아들을 찾을 마음이 전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A씨 측의 입장 표명에 대해 “그 친구 입장에선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아쉬운 건 너무 냉정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후원 거절한 정민이 아버지…친구 A씨 “일상복귀 희망”
- 박수홍 친형 “노한 아버지, 망치들고 수홍이 찾아가”
- 이효리 “첫 반려견, 부모님이 보신탕 집으로...펑펑 울어”
- 현금 135만원 내밀며 “북한까지 태워주세요”[이슈픽]
- 화이자·모더나 맞으러 미국가자?...“정부 책임 안 져”[이슈픽]
- “태양광발전소 도와달라” 뇌물…사이 틀어진 내연녀가 폭로
- “빌 게이츠, MS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이사회 쫓겨나”
- “애초 누군가의 외삼촌 될수 없다”…해명 나선 경찰청 수사과장
- “박나래는 성희롱을 했다”vs“가벼운 농담을 했다”[이슈픽]
- ‘75세’ 히딩크 감독 코로나19 확진…현재 회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