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기업이 중심 돼 제2 新산업 붐 일으켜야..규제 과감히 없앨 것"

고은이 2021. 5. 16. 17: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선주자 인터뷰 - 정세균
만난 사람=서정환 정치부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 정신을 해치는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대한민국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혁신의 중심은 민간입니다. 기업이 중심이 돼 제2의 신산업 붐을 일으켜야 합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핵심 과제로 ‘경제 혁신’을 꼽았다. 여권 대선주자 중 대표적 ‘경제통’인 정 전 총리는 “민간에서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며 “기업가 정신을 해치는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겉으로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안 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기업인이 신나게 ‘한 번 해볼 만하겠다’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르면 이달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정 전 총리는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부자가 되고 더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16일 총리직에서 퇴임한 뒤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전국을 돌며 민심을 살폈습니다. 정권 재창출이 절실한데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전술과 전략을 준비해야 할지, 대권 레이스 일정부터 어떻게 정할지 당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현 정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1년간 제대로 뭘 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던 개혁과제들이 미완에 그쳤습니다. 다음 정부가 승계해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뭐라고 봅니까.

“경제회복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춘 경제통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산업 측면으로 보면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신산업 붐을 일으켜야 합니다. 물론 중심은 민간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도록 하는 게 기본이에요. 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잘해주면 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규제 혁신을 해야 합니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혁신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공정거래나 안전 규제는 잘 존속시키되 다른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없애자는 겁니다. 신산업 관련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지금도 규제를 없앤다고는 하는데 그만큼 또 신설하고 있기 때문에 총량으로 보면 규제 혁신이 안 된 측면이 있습니다.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고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다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경제통으로서 경제 비전이 있습니까.

“저는 2008년에 이미 성장론을 얘기한 사람입니다. 우리 진영에서 성장론을 얘기한 건 처음일 겁니다.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엔 항아리형 경제를 주장했습니다. 호리병처럼 중견기업 수는 적고 중소기업만 잔뜩 있는 현재의 산업구조를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형 경제로 바꿔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기업인들이 신나게 ‘한번 해볼 만하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겁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였습니다. 경제가 회복돼야 일자리도 만들어집니다. 정부가 의욕만 가지고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게끔 해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산층을 대상으로 적정 가격에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필요한 세제 개편이나 금융제도 보완, 특히 1주택자와 무주택자 우대 정책을 잘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인재들이 15년 정도 일하면 적정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요. 대규모 공급 대책도 필요합니다.”

▷당내에서 보유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뒤에 검토해야 합니다.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소용없습니다. 시장 안정 가능성만 보이는 상황에서 기름을 부을 게 아니라 안정이 된다 싶으면 그 이후에 검토해야 합니다. 부동산 세제를 합리화할 필요는 있지만 가격 안정이 우선입니다.”

▷바람직한 외교 방향은 뭐라고 봅니까.

“대한민국도 이제 주변국이 아니라 중심국가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에만 충실해선 안 되고 다른 나라에도 힘이 될 수 있는 책임감까지 가져야 합니다. 한·미 동맹은 기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 외교 일변도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국익에 반하는 얘기를 할 때는 확실하게 ‘노(no)’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개헌 논의도 시작될 것 같습니다.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개헌이 없으면 선진국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법·행정·사법 영역 간의 분권,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권한의 슬림화가 필요합니다. 수직적으로는 중앙·지방 관계에서 지방으로 재정을 더 보내고 권한도 더 강화해줘야 합니다. ‘분권형 개헌’이 핵심입니다.”

▷총리 퇴임 이후 발언 강도가 세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무래도 정부에 있을 때와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정치를 25년 했는데 말실수를 하지 않은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합니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잘 듣는 정치인이긴 하지만 잘 말하는 정치인은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지금은 조금 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낼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학 안 간 청년에게 1000만원 여행비를 주자고 합니다.

“대학 진학률을 낮추는 쪽의 정책보다는 대학을 빨리 마치고 사회 진출을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고등교육 기회는 더 많은 국민이 가질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교육열이 뜨거운데 일부러 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제 개편을 고려하는 겁니까.

“초등학교를 더 일찍 들어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중등교육 기간도 경우에 따라 단축할 수 있고, 대학교육 역시 조기졸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3월 입학 시스템인데 많은 다른 나라들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야권 주자로 언급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높습니다.

“거품이라기보다는 반사이익이 들어가 있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지지율과 반사이익적인 지지율이 있는데, 윤 전 총장은 후자의 측면이 큽니다. 견고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니겠습니까. 국민이 잘 판단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왜 ‘정세균’이어야 할까요.

“위기 극복에 가장 잘 준비된 사람입니다. 무엇보다도 경제 회복이 기본일 텐데 경제통 대통령이 이 시대에 필요합니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부자가 되고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경제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이 추격경제에서 확실한 선도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정리=고은이 기자

 정세균 前 국무총리는…"대통령 세 분에 쓰임 받은 나는 행운아"

정세균 전 총리가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세균맨(왼쪽)과 루피 캐릭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해 국회의원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를 총리로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세 분의 쓰임을 받아 많은 경험을 했다. 얼마나 행운아냐”고 되물었다. 정 전 총리는 “여러 경험을 통해 위기관리능력 등 이 시대에 필요한 요소를 갖췄다는 확신이 있기에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여당 내에서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경제통’으로 꼽힌다. 쌍용그룹에서 임원까지 17년을 일했고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15대 총선에서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전북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20대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당선됐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거쳤다.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부드러운 인상 덕에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미래에 대비하는 통찰력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통합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정보기술(IT)과 벤처에 역량을 집중해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만들었고 그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지 않냐”며 “다음 대통령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인 식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위기를 넘어 원상회복하는 게 아니라 전환적인 회복, 미래전환적인 회복을 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 준비된 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 정세균 前 총리 프로필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1969년 전주신흥고 졸업 △1973년 고려대 총학생회 회장 △1975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78년 쌍용그룹 입사 △1996년 15대 국회의원 △2000년 16대 국회의원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8년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6년 20대 국회의원, 국회의장 △2020년 국무총리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경 고품격 뉴스레터, 원클릭으로 구독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