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빈센트 리버', 우리 모두는 혐오의 피해자이자 공범자
최초 목격자와 어머니가 나누는
숨막히는 120분 대화의 진실
한 달 전부터 아니타의 집에 검은색 양복을 걸친 한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서성거린다. 아니타는 담배를 연신 피워 물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창가에서 그의 동정을 살핀다. 그러다 그를 집 안에 들인다. "목적이 뭐냐고?" "왜 주변을 맴도느냐고?"
그녀의 질문에 아이는 아니타 아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현장에 있던 최초의 목격자라고 밝힌다. 열일곱 살, 이름은 데이비. 동성애 혐오 범죄에 피살된 30대 아들의 죽음을 놓고 아니타는 데이비를 의심에 찬 눈초리로 쏘아보며 하나하나 캐묻는다. 아들이 어쩌다 죽음에 이르렀는지. 하지만 데이비는 좀처럼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 빙빙 외곽을 돌던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중심을 향해 치닫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폐부를 찌른다.
2000년 영국 햄프스테드 극장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오프 브로드웨이, 호주,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 무대에 오른 2인극 '빈센트 리버'의 국내 초연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이뤄지고 있다. '빈센트 리버'는 영국 작가 필립 리들리가 쓴 대표적인 희곡 중 하나로, 영국 동부를 배경으로 한다. 신유청 연출에 연기파 배우 전국향·서이숙·우미화가 아니타 역을, 이주승·강승호가 데이비 역을 번갈아 맡으며 밀도 있는 2인극을 선보이고 있다.
아니타의 집 거실에서 이뤄지는 2시간짜리 연극은 무대 전환이 없는 데다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돼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는 '혐오'라는 두 글자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아들 빈센트를 낳은 싱글맘 아니타는 이웃의 따가운 눈초리와 직장에서 수근거림에 시달리다 결국 쫓겨난 과거를 갖고 있다.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었던 그녀 역시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그가 죽고서야 알 정도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갖고 있었다. 데이비 역시 피해자이면서 공범자다. 그들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동병상련의 감정은 피어난다.
공연은 7월 11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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