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좋아하는 17살 소녀 "사랑연기, 아직은 어색해요"
'돈키호테' 여주인공 고교생 발레리나 김수민
예쁜 발레복이 좋아 시작
초6때 문훈숙 단장이 발탁
5년 만에 성인발레 주인공
32회전뒤 점프 고난도 동작
체력적으로 힘들어 구슬땀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음달 4~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돈키호테' 공연에서 파격적인 발탁을 했다. 현재 선화예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만 17세 여고생 김수민 양에게 주인공 '키트리' 역을 맡긴 것이다. 수민 양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문훈숙 단장이 수석무용수에게 주인공을 맡기는 관례를 깨고 10대 후반 무용수를 성인발레 주인공으로 올리는 모험을 결정했다. 하지만 발레단 안팎에서는 우려보다 기대 섞인 목소리가 많다. 한국 발레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아온 수민 양을 지난 7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예술감독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번 돈키호테 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실지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니 서울공연에서 주인공 키트리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유병헌 예술감독 얘기에 수민 양의 첫 반응은 "헉, 제가요?"였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물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부담이 크지만 역할을 맡겨주신 만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멀게만 느껴졌던 선배님들과 함께 연습하게 돼 영광이고 꿈만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돼요."
수민 양이 주인공을 맡는 돈키호테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1818~1910)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1869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해 대성공을 거뒀다. 소설과 달리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 판사는 조연을 맡고 여관 주인의 매력 넘치는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이발사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키트리는 아름다우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예요. 자신에게 접근하는 돈 많은 귀족을 골려주고 도망치기도 하죠. 사랑에 빠진 여인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많이 어색해요. 장면마다 키트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요. 또 틈나는 대로 여러 발레단의 돈키호테 공연 영상을 찾아보고 있어요. 오늘도 저희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강미선 선배님이 키트리를 연기한 공연 영상을 세 번 봤어요."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는 '결혼식 파드되'로 불리는 3막 그랑 파드되(남녀 무용수의 2인무)다. 여기에서 키트리는 제자리에서 빠르게 도는 푸에테를 32회전 한 뒤 곧바로 점프를 하는 고난도 동작을 연속적으로 소화해내야 한다. 또 1막에서는 남자 주인공 바질이 등장하기 전까지 2분간 독무를 펼쳐야 하는데 초반부터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고난도 춤이 많아서 체력적인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2막에서 숨을 좀 돌릴 수 있는데, 연습 때는 2막을 건너뛰고 1막과 3막을 연결해서 하고 있어요. 일부러 체력적으로 더 힘든 상황을 만들어 연습하는 거죠. 그래야 본공연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민 양도 여느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발레복을 입는 게 좋아 발레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엔 발레리나가 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일곱 살 때 동네에 발레학원이 생겼어요. 원래 여자애들이 예쁜 발레복 입는 거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엄마 졸라서 발레학원에 다니다가 아홉 살 때 발표회를 했는데 무대에서 춤추는 게 너무 즐거운 거에요. 그래서 엄마에게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얘길하니, 엄마가 그러면 발레만 하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러다 2년 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을 봤는데, 그때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강예나 수석무용수 은퇴 공연이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아버지께서 이왕 할 거면 선화예중 입학을 목표로 제대로 하자고 나서주셨죠."
수민 양은 일상생활에선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이고, 쉬는 날에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좋아하는 영상을 본다.
"풀만 먹고 사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진짜 먹기 위해 발레를 할 만큼 이것저것 다 많이 먹어요. 일요일엔 뭐 하냐고요? 1시간 필라테스를 한 뒤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고 또 먹고 그러지요(웃음)."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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