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한미 정상회담 때 '40조원 선물' 들고 간다

조미덥 기자 2021. 5.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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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미래 산업의 자국 생산을 강조하는 미국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해당 산업 강자인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설비 투자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하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지난 달 16일 밝혔다./연합뉴스
삼성은 반도체, 현대차는 전기차, SK와 LG는 배터리
미래산업 자국 생산 강조하는 미국에 설비투자로 호응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액수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가장 강한 러브콜을 보내는 업종은 반도체다. 미국 정부는 올 초 차량용 반도체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은 후 자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백악관이 주재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20일 미국 상무부 주최 화상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투자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텍사스주 오스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스틴시와는 공장 증설 후 세금 감면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인센티브안을 두고 협상 중이다. 오스틴 외에도 애리조나주, 뉴욕주 등이 후보지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의 압력이 강한 데다 미국에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몰려 있어 조만간 삼성의 미국 투자 계획이 확정,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올해 가을부터 미국에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판매할 예정인데 전기차 현지 생산을 늘려 미국 내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론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과 수소 생태계 확산 등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기도 하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 등을 둘러보고 귀국했다. 업계에선 정 회장 방미 이후 미국 투자가 결정됐고, 현대차가 정상회담 전후에 투자 후보지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약 3조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가동 중인데, 향후 3조원 규모의 3·4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완성차 회사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LG 투자금 1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 내 2곳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그룹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도 미국 내 합작회사 설립 등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길엔 삼성과 SK, LG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비공식 경제사절단 형태로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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