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 호응한 현대차 "국내 일자리 줄어들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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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따귀를 때린 거죠(a slap in the face)."
현대차가 당장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 국내 공장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노조의 이해를 구하고 해외 투자와 생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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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구체적 계획 나오면 사쪽과 논의"
“한마디로 따귀를 때린 거죠(a slap in the face).”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테리 디테스 부위원장은 이렇게 쏘아붙였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말 멕시코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지엠의 결정이 미국 노동자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달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등 5년간 8조원 규모 신규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깜짝 공개한 것은 이런 미국의 분위기를 십분 고려한 성격이 짙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제품 구매) 정책에 호응하며 동시에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역으로 따귀를 맞게 된 한국 노동자들의 불만은 또 다른 시험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은 17일 사쪽에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품 수가 적어 일손이 덜 필요한 전기차 시대가 와도 기존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하자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코나 전기차, 아이오닉5 등 대다수 전기차를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화성공장 등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국외 전기차 생산 거점은 현대차 체코공장, 일부 중국 공장 정도만 갖추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 공장도 내연기관 차량만 만든다.
현대차가 당장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 국내 공장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지 생산 전기차 우대 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국내 일자리를 지키자는 노조의 요구와는 상반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단체 협약 조항을 보면 국내 공장에서 만드는 기존 차량과 신차를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노조가 참여하는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게 돼 있다”며 “구체적인 생산 계획이 공개되면 고용 영향을 살펴보고 사쪽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노조의 이해를 구하고 해외 투자와 생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물량 일부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넘기고 대신 미국에서 만드는 쏘나타 물량을 국내로 가져오는 데 합의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물량 주고받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 파장이 현대차그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시장 전문가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미국의 전기차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전기차 생산뿐 아니라 주요 자동차 부품도 미국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도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으로 인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단순 해외 공장 이전을 넘어 본질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어느 나라든 겪게 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노사가 지금이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전기차 전환에 맞춘 노동자 직무 교육 강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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