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단 첫 6연승, 스승을 향한 선물이었다
[스포츠경향]
이병근 대구FC 감독(48)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절로 피었다.
하루 전인 ‘스승의 날’ 선수들이 약속했던 창단 첫 6연승을 품에 안았으니 그럴 법 했다. 지는 법을 잊어버린 대구의 봄바람이 프로축구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떠오른 순간이기도 했다.
대구는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김진혁과 정승원의 연속골을 묶어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승점 25점을 확보한 대구는 4위를 유지했다. 직전 경기(인천 유나이티드)에서 5연승으로 세운 구단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6경기로 늘렸다.
대구가 다음 상대인 수원과 전북 현대를 넘는다면 K리그1 최다 연승 기록(전북·9경기)도 노려볼 수 있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수원전을 먼저 준비해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선수들이 (전북전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어제 스승의 날이라고 축하의 노래를 불러줬는데, 오늘 승리를 선물해준 게 더 고맙다. 나도 내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조광래 대표이사에게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매서운 역습을 구사하는 대구의 승리 공식은 제주전에서도 유효했다. 대구는 볼 점유율에서 3-7로 열세였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골이 터졌다.
‘캡틴’ 김진혁이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최근 본업인 수비 대신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진혁은 팀 동료 황순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골문 구석에 꽂았다. 제주의 약점인 수비의 낮은 신장을 노린 일격이었다. 김진혁은 이날 득점으로 시즌 5호골을 기록해 이 부문 3위로 뛰어 올랐다.
기세가 오른 대구는 후반 9분 윙백 정승원이 역습 찬스에서 세징야의 패스를 잡아챈 뒤 왼발로 추가골까지 꽂았다. 시즌 초반 계약 문제와 부상으로 대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원인이었던 두 선수의 부활은 대구가 살아났다는 징표이기도 했다. 정승원은 “선수들끼리 열심히 뛰다보니 승리가 따라왔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6위 제주(승점 20)는 3연패 속에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의 늪에 빠졌다. 제주는 수비수 권한진이 코뼈 골절에도 출전하는 부상 투혼을 벌였으나 패배로 빛이 바랬다. 국내 선수로 최다 득점(8골)인 주민규의 만회골로 영패를 모면한 게 다행이었다.
제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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