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팔다리 마비, 목신경 수술로 고친다

이병문 2021. 5. 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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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목사이 'C7신경' 떼내
마비된 목부위 연결해 치료
전문의 김상수 2017년 첫 시행
5년간 212건 수술로 효과 입증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을 말한다. 뇌혈관이 막히면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면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부른다. 뇌졸중이 치명적인 이유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부위에 따라 △팔다리 마비·감각 이상 △한쪽 얼굴 마비로 인한 얼굴 비대칭 △발음·언어 장애 △두통 △어지럼증 등 증상이 발생한다. 심하면 의식이 저하돼 회복되지 않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1만3824명으로 2014년 52만7229명보다 16.4%(8만6595명) 늘었다. 뇌졸중 환자의 약 80%는 60세 이상이다. 뇌졸중으로 입원해 응급 급성기 치료를 받고 나면 재활치료를 하게 된다. 뇌신경세포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돼 할 수 없는 일상생활 동작(씻기, 옷 입기, 화장실 가기, 목욕하기 등)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마비된 손발에 연결된 목 부위 신경을 없애고, 정상 부위 목 신경을 떼어내 마비된 쪽 신경에 연결해 몸 한쪽 마비(강직성 편마비)를 풀어주는 수술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명 '상완신경총(上腕神經叢) 강직성 편마비 복원수술'이다. 이 수술은 김상수 김상수마이크로의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들도 뇌졸중 환자를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 이 수술은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 5개 가운데 중간의 C7 신경을 활용하는데, 이 신경은 팔의 보조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없애도 괜찮다.

김 원장은 "정상 목 부위의 C7 신경을 떼어내 마비된 쪽 신경에 이어주면 마비가 풀려 두 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옷을 입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뇌병변 치료 후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6개월이나 1년 후에 목에서 건측(健側) 상완신경총과 마비측(痲痺側) 상완신경총을 연결해 강직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팔 근력을 강화시키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도로가 일부 유실됐을 경우 대전에서 우회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

김 원장은 2017년 7월부터 시행해 이달 11일 현재까지 212명을 수술했다. 이 수술을 세계에서 처음 시행한 의사는 김 원장 제자였던 중국 상하이 화산병원의 쉬 박사였다. 김 원장이 원광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신경이식술을 배운 쉬 박사가 2015년 뇌졸중 환자 치료에 응용해 2019년 12월 세계 최고 의학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논문을 발표하며 '상완신경총 편마비 복원수술'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 원장은 청출어람인 쉬 박사를 통해 이 수술법을 알게 됐고, 2017년 마이크로의원을 개원해 국내 뇌졸중 편마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김 원장은 상지 신경마비 수술과 신경 절단 복원·봉합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1978~1984년 전남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를 거쳐 1984~2003년 원광대 의대 교수로 근무하며 원광대병원장과 원광의료원 5대 의료원장을 역임했다. 2003~2016년 서울마이크로병원장을 지냈고 2017년 김상수마이크로의원을 개원해 상완신경총 손상, 상지 편마비, 흉곽출구증후군, 미세외과 재건술, 수부(스포츠) 손상·신경마비 환자 등을 치료하고 있다.

김 원장은 "뇌졸중 상완신경총 수술은 보조 기능에 불과한 C7 신경을 이용해 수술하기 때문에 잃을 게 없지만, 팔뿐만 아니라 얼굴·발·언어 기능도 좋아진다"면서 "다만 신경을 떼어내 약 한 달간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김 원장이 뇌졸중 편마비 복원의 권위자가 된 이유는 40년 넘게 흉곽출구증후군을 비롯해 상완신경총 수술을 해왔기 때문이다. 상완신경총은 목 디스크와 어깨 사이 5개 신경을 말하며 이 신경이 눌리면 어깨 부위 통증이 있고 저리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도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꾀병'이라고 오해받기도 한다. 이 질환이 바로 흉곽출구증후군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시간 하는 직장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흉곽출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에 힘이 빠져 젓가락 사용이 힘든 것이다. 상완신경총은 미세수술 중 가장 고난도로, 전문가가 전 세계적으로 200여 명에 불과하다. 정량화된 수술법이 아닌 의사의 손 감각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극소수다.

김 원장은 오스트리아 빈의과대학(1365년 설립)에서 연수한 후 1980년 귀국해 광주민주화운동 때 총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상완신경총 수술을 시작했다. 상완신경총 치료는 진화해 이제 뇌졸중 치료에 접목되고 있다.

김 원장은 "상완신경총에는 다른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신경이 분명 존재하고, 이를 뇌손상으로 파손돼 마비가 온 신경에 이식하면 강직도가 놀라울 정도로 완화되고 개선된다"며 "이 수술이 뇌졸중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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