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주점 갔다가 22일만에 처참한 시신..그날 무슨일이?

주점 들어갔지만 나간 정황 없어, 발뺌 업주 탓 미궁빠질 뻔
술값 실랑이 중 112신고..경찰 "마지막 말 신고 취소로 오해"

40대 손님을 숨지게 한 업주 운영 노래주점 /뉴스1 © News1 박아론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노래주점에 들어가긴 했는데….'

지난달 22일 인천 중구 신포동의 한 노래주점을 찾았던 40대 손님은 22일만에 야산에서 시신이 훼손돼 처참한 상태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40대 손님은 업주(A씨·34)에 의해 살해돼 시신이 마구 훼손된 채로 야산에 유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살해 직전 112에 신고했으나,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결국 숨진 뒤 나흘 뒤인 지난달 26일 가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서 22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건은 주도면밀하게 범행 은폐시도를 통해 '완전 범죄를 꿈꾼' 업주에 의해 미궁에 빠질 뻔했다.

그러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손님의 마지막 행적에서 노래주점에 들어가긴 했으나, 나오지 못한 사실을 집요하게 확인하면서 실마리를 잡았고, 업주를 검거했다. 검거는 범행 21일만, 시신 발견은 그다음 날인 22일만이다.

그날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노래주점에서 40대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술값 실랑이 하는데…"

업주는 이달 12일 검거되고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검거 11시간여만인 오후 7시무렵 범행을 실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추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있는데도 술값을 더 내지 않고, 방역지침을 위반해 새벽 늦게까지 영업한 사실을 112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면서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40대 손님은 전날인 지난달 21일 오후 7시무렵 지인과 함께 A씨의 주점을 방문했다. 40대의 주점 방문은 이번이 2번째였다.

이 손님은 노래주점 영업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업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함께 온 지인은 먼저 업소를 나왔다.

손님의 지인은 "40대가 더 주점에서 놀겠다고 해서 오후 10시쯤 먼저 업소를 나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손님은 지인이 오후 10시쯤 나간 뒤 더 시간을 보냈다가 다음날 오전 2시께 A씨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 손님은 당일 오전 2시6분께 112에 신고했고 1분20초간 통화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손님의 휴대전화가 이 업소에서 오전 2시24분까지 켜져 있던 점을 토대로 손님이 112 신고 전화를 끊은 뒤 업주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살해 직전 112신고 있었지만…

손님이 살해되기 직전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진 않았다. 손님은 당시 112에 신고해 1분20여초간의 통화에서 "술값을 못냈다"고 한 뒤 A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대화를 했다. 대화 도중 욕설도 오갔다.

이어 "X까는 소리 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했고 "제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경찰은 손님의 이 마지막 말을 신고 취소의 뜻으로 이해하고 "전화를 먼저 끊었다"고 했다.

결국 손님은 실종 나흘 뒤인 지난달 26일 함께 거주하는 고령의 아버지 경찰 신고로 수사가 착수돼 실종 22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노래주점 들어가긴 했지만…

경찰은 실종 신고 접수 후 손님의 행적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이후 이 손님의 마지막 행적이 A씨의 노래주점인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술값 실랑이를 하다가 오전 2~4시 사이 주점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주점 외부 통로 3곳 전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상에는 손님이 들어간 장면은 촬영됐으나, 나간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내부 카운터 쪽 설치돼 있는 1개의 CCTV는 당시 영상 촬영 기록이 없던 상태였다.

이후 사건은 여러 의문만을 남긴 채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주점을 폐쇄하고 내부 현장 감식을 통해 손님의 혈흔과 살점 등을 발견했고, A씨의 범행 21일만인 지난달 12일 A씨를 검거했다.

A씨가 범행을 은폐해 경찰이 시신 유기 유력 장소로 추정한 송도 신항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락스와 비닐봉투 구매…시신 훼손 뒤 유기 장소 물색

경찰은 A씨가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범행 은폐를 실행해 온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5~6시 인근 슈퍼에서 락스, 쓰레기봉투, 박스테이프를 구매했다.

이후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까지 주점 내부 잘 사용하지 않는 방에 손님의 시신을 은닉했다. 그는 시신에서 냄새가 나는 등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며 지난달 24일 주점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한 뒤 자신의 BMW 승용차에 실었다.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수일에 걸쳐 강화, 영종도, 송도 등을 오가면서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

유기 장소 물색 과정에서 범행 완전 은폐를 위해 휴대폰에 유기 방법을 검색하기도 했다.

유기 장소에 이르러서는 경찰의 위치추적을 의식해 휴대폰을 꺼두거나, 소지하지 않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이로 인해 실제 A씨가 시신을 유기한 장소인 부평 철마산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갔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동안 시신을 유기한 가장 유력한 장소로 추정되는 송도 신항 일대를 수색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가 착수되기까지 평상시대로 주점 영업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했다.

노래주점 업주가 40대 손님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확인된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범행 부인했지만…

A씨의 범행은 결국 21일만에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감염병예방에관한법률위반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도망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경찰은 A씨 범행이 Δ그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인 점 Δ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의 신상공개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신상공개를 추진했다.

A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17일 오후 1시30분 예정된 신상공개위원회에서 결정된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