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외신 입주 건물까지 폭격..AP "충격적이고 끔찍"
바이든, 네타냐후·아바스 간 중재에도 무력 충돌 해결 요원
[경향신문]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AP통신·알자지라방송이 입주한 사무실을 미사일로 폭격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매체인 AP통신은 “충격적이고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의 AP통신 기자와 프리랜서 12명은 이날 오후 2시쯤 폭격이 임박했다는 연락을 받고 소지품 몇개만 겨우 챙겨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주어진 대피 시간은 고작 1시간이었다. 건물 밖으로 대피한 기자들은 ‘미디어 타워’가 이스라엘 드론이 쏜 미사일 3발을 맞고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공습으로 무너진 12층짜리 ‘알잘라 타워’는 각종 언론사들이 입주해 있다. 지난 15년간 분쟁이 잦은 가자지구에서 기자들이 숙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전한 건물로 여겨졌다. 이스라엘은 이 건물에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언론사를 인간 방패 삼아 입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리 프루잇 AP통신 사장은 성명에서 “하마스가 건물에 있었거나 건물에서 활동했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AP와 다른 언론사 사무실을 파괴했다는 것에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고 반박했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주일간 이어진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80여명과 이스라엘인 10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나 서안지구 접경지대에서 빈발하던 갈등과 폭력이 이번에는 예루살렘과 하이파,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심장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추진해온 지역인 하이파의 이스라엘 국적 팔레스타인인들도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며 중재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아바스 대통령에게는 하마스가 로켓포 발사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단체’라는 이유로 핵심 갈등 주체인 하마스와는 접촉하지 않아 중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두 국가 해법을 재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평화회담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국가 권리 회복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이날 중동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힌 깃발과 팻말을 들고 LA 서부에 위치한 이스라엘 영사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영국 런던의 시위대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2500여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여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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