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학 "한국, 중국 따라잡으려면 제도혁신만이 해답"

김광태 2021. 5.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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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과학기술 이외의 제도와 문화 등에서 혁신 역량을 높여 한국식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맞서야 합니다."

은 교수는 "과학기술 대국화 하는 중국 앞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디자인 씽킹의 제도혁신 뿐" 이라며 혁신의 장을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둘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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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책포럼 주최한 세미나서
'한국혁신성장의 길 찾기' 강연
"제도·문화 등 혁신 역량 높여
자본주의 우월성 확보 필요성"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

"한국이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과학기술 이외의 제도와 문화 등에서 혁신 역량을 높여 한국식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맞서야 합니다."

은종학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병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혁신성장의 길 찾기'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한 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등거리외교나 안보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혹은 한쪽 줄서기 등의 외교태도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가치를 중시하는 중심 잡힌 외교태도로 일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과 혁신'이란 책을 출간한 은 교수는 중국 칭화(淸華)대학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LG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중국의 과학기술과 혁신정책을 연구해온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다. 그는 연구개발(R&D) 투자액과 국내총생산(GDP)비율, 국제특허 출원건수 등 과학기술 지표에서 중국이 이미 2018년부터 미국을 추월했다고 소개했다.

은 교수는 "과학기술 대국화 하는 중국 앞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디자인 씽킹의 제도혁신 뿐" 이라며 혁신의 장을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 반도체와 센서 등만을 중시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제도, 문화, 교육 등 비과학적기술요소들이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평가와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정책기구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이 정책기구가 혁신의 장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이 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며 상호학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역동성을 살려나가는 등 가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제도 혁신의 일례로 각급 학교의 개학을 기존의 3월과 9월 대신 4월과 10월로 미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기간에 '아름다운 3월의 개나리경제', '9월의 코스모스 경제' 등의 장을 열 것을 제안했다.

은 교수는 "한국이 경제와 한류의 대중(對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드배치가 하나의 핑계는 될 수 있지만 근본원인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변방이 아닌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가려면 가치 중심의 대중외교가 절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 교수는 중국이 이념과 사상 면에선 규제가 많지만 오히려 개인 활동에서는 한국보다 더 자유롭다며, 특히 대학의 인수·합병(M&A)이나 설립 등도 규제가 한국보다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병원 포럼 이사장은 중국이 30여개의 지역 성(省)간 자유로운 경쟁시스템이 작동해 대학들이 훨씬 자율적이고 지역 골고루 명문대학이 분포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날 사회를 맡은 박상욱 서울대 교수는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패쇄적이고 경직적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의 자유화는 대단히 높은 반면 한국은 표면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집단적이고 공동체적 의식이 강해서 양국이 서로 옷을 잘못 입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앞으로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의 과학기술발전이 크게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지만 글로벌 시장 표준경쟁에서의 불확실성, 중국의 패쇄성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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