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기적, 속편은 다큐..레스터의 끝나지 않은 축구동화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5. 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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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FA컵 우승에 기뻐하는 레스터시티 선수들 | 게티이미지코리아


인구 30만의 작은 영국 소도시 레스터가 축구로 다시 뜨겁게 달아 올랐다. 도시의 자랑인 레스터시티가 5년 전 잉글랜드 프리이머리그(EPL)에 이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정상에 섰다.

레스터시티는 16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FA컵 결승전에서 유리 틸레만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첼시를 1-0으로 눌렀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가 FA컵을 품에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네 차례 준우승(1948~1949시즌·1960~1961시즌·1962~1963시즌·1968~1969시즌)에 머물렀던 레스터시티는 이번 우승으로 137년 쌓인 아쉬움을 제대로 씻어냈다. EPL 3위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유력한 레스터시티는 유로파리그 티켓도 확보했다.

레스터시티는 이날 볼 점유율에서 4-6으로 밀리며 첼시의 공세에 고전했다. 전반 34분에는 수비수 조니 에반스가 다리 부상으로 교체되는 불운에 휩싸였지만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골이었다. 후반 18분 틸레만스가 팀 동료 루크 토마스가 가로챈 공을 배달받아 골문 구석을 꿰뚫는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레스터시티는 종료 직전 첼시 벤 칠웰의 동점골이 비디오 판독(VAR)으로 취소되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레스터시티의 이번 우승은 5년 전 EPL에서 0.02%의 바늘구멍을 뚫고 정상에 올랐던 ‘축구동화’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이 기적의 드라마였다면, 속편은 정교한 스카우팅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와 같았다. 레스터시티는 유럽 전역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을 찾아내 싼 값에 사들인 뒤 비싼 값에 팔아치우며 우승 전력을 구축할 마중물을 마련했다.

EPL 우승 당시 핵심 전력인 은골로 캉테와 대니 드링크워터, 벤 칠웰 등을 첼시로 보내며 1억 2000만 파운드(약 1907억원)를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해리 맥과이어와 리야드 마레즈는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며 레스터시티에 1억 4000만 파운드(약 2225억원)를 남겼다.

레스터시티는 이 수익으로 제임스 메디슨과 틸레망스, 웨슬리 포파나, 티모시 카슈타뉴 등을 영입해 부자 구단들과의 순위 경쟁에서 앞서간 끝에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흔히 ‘셀링클럽’으로 불리는 팀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3년 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아버지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킹 파워 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구단주를 맡고 있는 아이야왓 레스터시티 회장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브랜든 로저스 레스터시티 감독은 “FA컵은 세상을 떠난 비차이 전 구단주의 꿈이었던 대회”라며 “이 엄청난 승리를 모두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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