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하정우 빌딩 판 이유 있었네"..내일부터 대출 제한
"규제 오기 전에 팔자"..거래량·상승세 '역대급'
코로나19로 폐업·공실 증가..되레 매매 수월해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보유하고 있던 빌딩을 매각한 가운데, 내일(17일)부터 꼬마빌딩과 같은 비(非)주택에 대한 대출이 제한된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치솟은 꼬마빌딩 시장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지난 4월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에서 내일부터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한도규제와 관련된 내용을 행정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모든 금융권에서 토지, 오피스텔, 상가 등 주택이 아닌 부동산에 대해서도 LTV 70%가 도입된다. 기존에는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만 행정지도로 관리한 것에서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토지·오피스텔·상가 등에도 LTV 70% 적용
오는 7월부터는 한번 더 대출을 조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LTV는 40%로 적용하게 된다. 현재 서울에서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구룡마을 인근을 비롯해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등과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총 50.27㎢에 달한다.
오피스텔에 대한 대출규제가 예고되면서 청년층에 타격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오피스텔 담보 가계대출의 평균 LTV는 51.4%에 불과하다"며 "실수요의 경우 주거부담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로 상가나 꼬마빌딩 시장이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꼬마빌딩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일반건물 중 연면적 3000㎡ 이하, 5층 전후 규모로 보통 50억원 이내의 가격대의 빌딩이다. 올해들어 꼬마빌딩 가격이 급등하면서 100억원 이내까지도 범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꼬마빌딩에 대한 대출제한이 실시된데다 오는 7월에는 더 묶이다보니 빠른 손바뀜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개인·법인의 신용도나 물건의 상태 등에 따라 대출을 적용받았다. 일부 유명 연예인의 경우 개인명의 혹은 1인 소속사 등을 통해 LTV를 80%까지 받기도 했다. 적은 현금으로도 빌딩을 사서 월수익과 동시에 매각 차익까지 누릴 수 있었다.
과거에는 빌딩이라고 하면 수십억의 자금이 투입돼 부담되는 투자처였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고 대출길이 막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규제가 '주택' 특히 '아파트'로 쏠리면서 꼬마빌딩이나 상가는 규제가 덜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강남 아파트는 매매가가 15억원이 이상이면 대출이 불가능해 현금으로만 매입해야 하지만, 50억원 미만 혹은 10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들은 되레 대출이 80%까지 가능했다. 자금이 꼬마빌딩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반사이익 누렸던 '꼬마빌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빌딩 매매에 기폭제가 됐다.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권리금없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권리금이나 상가 임대차 보호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을 겪다가 빌딩을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폐업이 늘면서 공실은 많아졌다. 그만큼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매매가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빌딩 매매 전문업체 관계자는 "최근 1층에 공실이 있는 빌딩이나 상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권리관계가 깨끗해 매수자를 기다리는 물건들이 제법 많다"고 귀띔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지역 꼬마빌딩의 거래금액은 1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꼬마빌딩 거래금액은 2017년 7조~8조원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큰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강남권 거래금액마도 7조5000억원으로 전체 거래량의 63.7%에 달했다.
프롭테크 업체 부동산 플래닛이 국토부 1분기 통계를 집계한 자료에 있어서도 거래량은 급증한 것으로 나왔다. 1분기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945건, 거래액은 7조25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거래량은 35.2%, 거래액은 46.7% 각각 증가했다. 거래액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거래내역을 보면 매매가격 10억~50억 중소형 빌딩 거래가 45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억~100억원이 187건, 100억~300억원이 148건, 10억 미만 120건, 300억원 이상 40건 등의 순이었다. 강남구가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종로구(82건) 마포구(76건) 중구(6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역대급 거래호황…대출 막히면 매수자 '현금부자'로 물갈이
비단 이러한 이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근 연예인들이 빌딩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꼬마빌딩을 비롯한 강남 빌딩 매매 시장은 최근 호황을 맞고 있지만, 앞으로 대출이 막히게 되면 매수 대기자들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과거 강남 아파트 규제가 그랬듯 '현금 부자'들만이 시장으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우 김태희는 2014년 132억원에 샀던 서울 역삼동 빌딩을 지난 3월 203억원에 팔았다. 7년 만에 거둔 시세차익은 71억원에 달한다. 배우 하정우는 2018년 73억여원에 사들인 화곡동 스타벅스 건물을 지난 3월 119억원에 매도했다. 3년 만에 45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2006년 사들인 서울 청담동 빌딩을 지난 2월 15년 만에 매각했다. 11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빌딩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은 꾸준히 나왔던 부분"이라며 "시세가 많이 오른데다 임차인을 새로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세금부담 등을 고려해 내놓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빌딩을 개인명의로 사서 3년 이상 보유했다면, 양도소득세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3년 이상 보유할 때 최소 6%이고, 10년 이상은 20%, 15년 이상 보유할 때 최대 3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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