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조금 쏟아붓고.. 일본 대규모 의원조직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 중국이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중국이 '무어의 법칙' 종말을 앞두고 반도체 기술 혁신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보도했다.

1965년 인텔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해 유명해진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약 2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대신 비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예측이다. 최근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무어의 법칙'이 종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 14일 과학기술부 관리들과의 회의를 주재하며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홈페이지에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외 환경에서 엄청난 변화에 직면해있다"면서 "우리나라 현대화의 핵심으로 혁신을 설정·유지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어의 법칙' 이후 시대에 혁신적인 집적회로 기술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14㎚ 이하를 미세공정으로 분류하는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이 제품을 양산하는 업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이제 막 14㎚ 공정 제품을 생산하려는 단계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이 길어지자 자국 반도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대만 TSMC의 중국 공장 확장 계획에 중국 내 반대여론이 일자 관영매체들이 일축하고 나서기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 중국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모색할 새로운 의원연맹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조직의 최고 고문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연맹을 이끄는 회장 자리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세제조사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 새로운 조직은 21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의원연맹 설립 배경에 대해 아마리 회장은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라고 며 "반도체는 경제 안보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일본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밝혔다. 한때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던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미국이나 대만 등의 기업에 뒤져 이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자민당 의원연맹은 미국 등 우방국과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제휴·협력하는 방안과 반도체 제조 장치·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정책 제언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