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7월 개최 강행하거나, 아예 취소하거나
일본 여론조사에선 "7월 개최 안 돼" 응답 갈수록 늘어
(시사저널=박대원 일본통신원)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월25일 제3차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황금연휴인 '골든위크'를 앞두고 코로나19 감염증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다는 목적에서 이뤄진 긴급사태 선언이니만큼 기한은 5월11일까지로 종래보다 짧게 설정됐다. 그러나 2주가 조금 넘는 단기간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확진자 수 증가는 계속됐다. 결국 일본 정부는 5월31일까지 긴급사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긴급사태 연장은 일본 사회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당초 5월1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방일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3차 긴급사태 선언 당시에도, 바흐 위원장의 17일 방일을 무사히 성사시키기 위해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 만큼, 바흐 위원장의 방일 연기는 7월23일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증폭시키고 있다.
7월 개최 반대 여론, 51%→60.1%→65.4%
특히 방일 연기 발표 이후 IOC의 최장수 위원인 딕 파운드가 캐나다 공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연기는 선택지에 없다. 7월23일 개최하거나, 아니면 아예 없거나다"라고 발언해 두 번째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향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여론 역시 올여름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지지통신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그 추이를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조사에서 올림픽을 '2022년 이후로 재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9.9%, '중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1.1%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51%가 2021년 7월 개최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한 질문으로 올해 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재연기'가 35.3%, '중지'가 25.8%로 각각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60.1%가 올여름 올림픽 개최에 반대했다. 올해 4월의 여론조사에서는 '재연기'가 25.7%, '중지'가 39.7%로 각각 나타나, 여론조사 실시 후 처음으로 올림픽 중지론이 재연기론보다 높게 나왔다. 재연기와 중지를 합친, 올여름 개최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도 지난해 12월 51%, 올해 2월 60.1%, 4월 65.4%로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5월7~9일 실시된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7월 올림픽 개최에 대해 '중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관객 수를 제한해 개최해야 한다'가 16%, '무관객으로 개최해야 한다'가 23%를 기록했다. 이렇듯 4월 이후 일본 내에서 올림픽 중지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여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실제 움직임도 있다. 도쿄올림픽 육상경기의 테스트 대회가 열린 5월9일 도쿄 신주쿠(新宿)의 국립경기장 앞에서는 시민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모여 올림픽 개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또한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에도 일주일 만에 33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하기도 했다. 온라인 서명을 위한 웹사이트(www.Change.org)에는 "사람의 목숨과 삶을 지키기 위해 도쿄올림픽 개최 중지를 요구한다" "올림픽 중지로 이용 가능해진 자원을 사람들 목숨과 삶을 지키는 데 사용하자"와 같은 내용이 올라와 시민들의 서명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테니스 선수인 니시코리 게이와 오사카 나오미도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스포츠계의 의견은 앞으로 더욱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자만당 간사장도 "신중한 판단 필요"
한편 3차 긴급사태 선언 이후, 도쿄대학교의 경제학자 그룹은 도쿄 지역에서의 긴급사태 선언 해제와 그 이후 감염 상황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5월말에 도쿄도(東京都)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 이하인 상태에서 긴급사태를 해제할 경우 감염자가 다시 증가해 7월 중순에는 긴급사태 선언이 필요한 레벨에 달할 것이며,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3조5000만 엔(약 30조원)으로 예상됐다.
반면 긴급사태를 연장해 7월 첫째 주에 도쿄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 이하인 상태에서 긴급사태를 해제할 경우 10월 셋째 주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7월 이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긴급사태 선언이 필요할 정도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위기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올림픽 개막이 7월23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5월31일 긴급사태를 해제할 경우, 올림픽 개막 시점에 다시 긴급사태 선언이 필요할 정도로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31일 이후에 긴급사태가 재연장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긴급사태가 재연장될 경우에도 바흐 IOC 위원장의 방일 재연기로 이어져 올해 여름의 도쿄올림픽 개최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집권여당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최근 발언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4월 TV방송에 출연해 "올림픽 개최가 이 이상 무리라고 생각된다면, 신속히 그만두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감염 상황이 심각할 경우 올림픽 중지도 선택지로 고려해야 함을 시사했다. 그는 5월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올림픽 개최 여부에 궁금증을 가진 일본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같은 날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감염 대책을 확실히 해서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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