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시스, 가전시장 폭발성장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

반준환 기자 2021. 5. 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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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1분기 매출 37% 영업이익 35%↑ 가전에 감성 더하는 제품으로 나홀로 성장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주식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품목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도 원가구조가 다르고 손익 분기점도 천차만별이다.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밑으로는 손실을 보는 곳이 생기곤 한다.

현대 산업의 광범위한 분업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데, 반도체의 경우 개발과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장비만 공급하는 곳도 있다. 첨단기술 개발이익은 팹리스가 누리지만 실제 제품공급이익은 생산설비 기업의 몫으로 돌아간다. 화장품 역시 원료생산과 용기제조, 판매, 마케팅을 분업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 서플라이 체인에서 어느 분야의 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는지를 제대로 분석해야 투자고수가 될 수 있다.

이랜시스, 코로나19로 폭증한 가전수요의 수혜주로 꼽혀
심재귀 이랜시스 대표 인터뷰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회사가 2002년 설립된 이랜시스다. 전자부품회사로 2019년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서플라이체인의 진가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COVID-19)로 수혜를 본 분야 중 하나는 가전이다.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청정가전제품인 청소기, 세탁기, 비데, 정수기, 공기청정기, 의류청정기 등의 판매가 급증했다.

가전은 최근 '감성'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청소기나 청정기는 조용히 가동돼야 하고 세탁기나 비데 덮개는 에어 쿠션을 부착한 것처럼 부드럽게 여닫혀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에 들어가는 것이 오일댐퍼, 감속모터인데 국내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업이 이랜시스다. 디지털도어록의 몸체가 되는 모티스락과 리덕션 모터도 이랜시스의 주력사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 삼성SDS를 비롯해 SK매직, 코웨이, 노비타, 대림비데, 솔리티, 아이레보, 코맥스, 청호나이스, 쿠첸, 유진로봇 뿐 아니라 도시바, 샤프, 히타치가 이랜시스의 고객사다.

부문별 매출구성을 보면 △생활-청정가전(비데, 의류청정기, 공기 청정기, 청소기) 부품 66% △보안솔루션(디지털도어락 부품) 31% △기타 3% 등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1억원, 42억원을 기록했다.

독자적 모터기술에 먼저 손 내미는 대기업들

이랜시스의 강점은 독자적 모터기술이다.

심재귀 이랜시스 대표는 "다양한 모터의 활용법에 관한 노하우로 창업해 현재로 이어졌다"며 " 구동, 설계에 관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모터부터 이를 활용한 펌프, 모듈, 세트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대규모 영업조직을 갖춰야 하는데 이랜시스는 영업팀은 특이하게 2명 남짓한 적은 인원으로 운영된다. 대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먼저 연락을 해오고 제품개발 초기부터 합류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영업도 중요하지만 납기관리나 제품발주 일정조정 등 영업관리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R&D(연구개발) 조직으로, 사실상 여기에서 영업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R&D 조직은 16명 규모로 운영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매출의 2~3% 가량"이라며 "여기에 제품제작에 필요한 금형도 직접 만드는 등 이런 비용을 더하면 연구개발비가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 만큼 지적재산권도 강한데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외 특허가 22건이고 실용신안과 디자인, 상표권이 18건에 달한다.

고객사가 아니라 자체 설계로 개발한 제품을 주력으로 팔다 보니 표준화가 가능한데, 높은 기준을 지닌 일본 메이커도 만족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평가다. 자사 신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 아이디어를 납품처에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데의 경우 이랜시스 제품의 활용도가 큰데 물을 분사하는 노즐과 펌프를 비롯해 비데 덮개가 천천히 닫히도록 감속해주는 오일댐퍼(Oil Damper)까지 납품하고 있다. 오일댐퍼 국내 시장의 약 80% 이상을 이랜시스가 점유할 정도다.

세탁기에 세제를 공급하는 모듈도 이랜시스가 만든다. 로봇청소기 모듈과 의류 청정기 내부의 수분을 배출하고 내부에 공기를 순환하게 하는 것도 이랜시스의 제품이다. 요즘은 대기업에서 만드는 물걸레 결합 청소기에도 납품하고 있는데 물을 분사하는 방식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한다.

정수기에 들어가는 펌프와 안마기의 모터도 이랜시스의 제품 중 하나인데 제품이 고도화되면서 수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은 간단치 않다. 디지털도어록에 들어가는 소형모터는 문에 가해지는 충격도 버텨야 하는데, 철제문을 100만번 이상 여닫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제품화가 된다.

이랜시스가 대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로 꼽히는 이유다.

의류청정기, 로봇청소기, 비데, 디지털도어록 필수품 만들어

심 대표는 "의류청정기의 경우 워터 펌프 4개와 스테핑 모터 1개가 들어간다"며 "디지털도어락의 경우 내부 모터를 통해 자물쇠가 열리고 닫히는데 우리 모터의 시장 점유율이 8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로봇청소기에는 모터 부품만 공급했는데 이제는 모듈 형태로 반제품까지 공급하고 있다"며 "비데에 들어가는 스탬핑 모터는 월 50만개를 생산하고 있는데 노즐 표면을 세척하는데 쓰이는 에어펌프도 우리 제품"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특정 납품처 의존도가 크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랜시스는 삼성전자, 코웨이, SK매직 등 매출처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심 대표는 "한 납품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15% 전후이고 가장 큰 업체도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방산업 호전도 주목할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재택시간이 늘어나며 생활 청정가전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중인데, 비데 수요도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유럽과 미국은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비데를 잘 쓰지 않는 지역으로 꼽혔는데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사재기로 유통과 생산망이 크게 흔들리며 비데 채택률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활수준이 올라간 중국과 동남아도 관심을 두고 있다. 물걸레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의류청정기, 디지털도어락도 비슷한 추세다.

심 대표는 "최근에는 금고 도어록에 쓰이는 모토도 우리가 납품하기 시작했다"며 "가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방산업의 부품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확충도 마무리 단계다.

설비증설 마무리단계, 하반기 신공장 완공 "사상최대 매출행진 이어진다"
심재귀 이랜시스 대표 인터뷰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심 대표는 "생활가전과 청정가전 부분의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공장증설을 진행했다"며 "인천 청라지구에 제조공장을 신축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완공되면 자동화 등 제조핵심기술 역량이 축적된 글로벌 넘버원 제조공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산업의 경우 시장에 선행하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안된다"며 "올해 투자가 2~3년 뒤 실적으로 나오는 구조인데 코로나19를 견디고 단행한 노력이 지금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베트남에는 호치민과 하노이에 공장이 있는데, 저렴한 인건비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 대신 최신 자동화 설비를 가설해 생산 효율화를 이끌어 내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심 대표는 언급했다.

"경쟁력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라는 심 대표의 말은 이랜시스 재무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매출액은 483억원에서 611억원으로 26% 늘었고 순이익은 19억원에서 33억원으로 7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4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수치가 좋은데 매출액은 1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늘었고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35% 증가했다. 순이익(16억원) 증가율은 61%에 달한다.

보수적으로 봐도 연간 30% 성장은 충분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판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랜시스의 경우 한국 본사 뿐 아니라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법인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자본총계 296억원에 부채 242억원으로 무차입 경영에 가깝고 각종 비용을 선반영하려는 보수적 회계운영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금까지는 매년 10~15% 성장률을 유지했는데,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올해부터는 성장속도가 특히 빨라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청라공장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1000억대 매출 진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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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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