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노래 만들어 자유롭게 공유해 볼까

김태훈 기자 2021. 5. 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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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 7017에서 거리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직장인 이준우씨(33)는 한때 음악인이 되고 싶었다. 대학에서는 전혀 다른 길인 공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수업보다 전자악기를 이용한 작·편곡 강의에 더 열성적으로 참여해 곡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직접 부른 노래는 아무리 컴퓨터로 손대봤자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러줄 보컬을 구하기도 했고, 한때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대중의 반응을 지켜본 때도 있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나름 만족할 만한 포트폴리오는 꾸리게 됐지만, 그는 자신이 전문 음악인으로 뜰 수는 없다는 냉정한 판단도 내릴 정도가 됐다. “한때 꿈이었던 길과 전혀 다른 직장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니까 취미이자 부업으로 음악을 더 해볼 수는 있겠다 싶어 공개 플랫폼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려고 한다”는 그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자작곡 음원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오는 청취자들의 평가를 지켜보는 중이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

사운드클라우드는 이씨 같은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자신이 만든 음원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플랫폼이 됐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만 3000만명이 넘고, 이들이 올린 음악을 듣기 위해 찾는 이용자가 월평균 1억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곳에서 인지도를 높인 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무명 음악인들까지 자신의 음원을 올리며 경쟁하고 있으니 이씨가 이곳에서 거둔 지금까지의 성적이 그리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가장 많은 청취 횟수를 기록한 곡이 1만회를 넘겼을 뿐이다. 이씨는 “이런 글로벌 플랫폼은 워낙 레드오션이라 알려지기 힘들지만, 국내의 인디 창작자 전문 플랫폼이 늘어나면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창작 음원 유통 플랫폼을 표방하는 서비스는 점차 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음악의 성취도를 가늠할 잣대만이 아니라 음원으로 얻는 수입까지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출시되며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규모가 15조원에 달하지만, 여기에서 저작권 등록이 돼 있는 음원의 비율은 8.7%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전문으로 범위를 좁혀도 승산은 있다. 비록 국내의 저작권 등록 음원 비율은 24.1% 정도로 높은 편이긴 해도 전문적인 음악산업 바깥에서 충분히 승부를 볼 만한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도 ‘인디즈’나 ‘뮤직카우’, ‘레이블리’, ‘슈박스’ 등의 서비스가 각기 특화된 차별점을 내세워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원이 주목을 받아 정규앨범까지 승승장구한 미국의 아티스트 포스트 말론은 아마추어 창작 음악인들이 꿈꾸는 모델 격이다. 그는 2015년 올린 음원이 주목을 받은 뒤 이듬해 칸예 웨스트의 앨범에 참여하고 자신의 첫 정규앨범을 내며 가파르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의 미발매 음원들은 지금도 175만명에 달하는 팔로워들이 있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다. 엄청난 경쟁 속에서 빛을 발하기까지 실낱 같은 가능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대중예술의 현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생적인 창작 생태계가 이렇게 스타가 탄생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음원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가 보편화하면서 이미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저작권 등록률이 낮았던 데에는 유명한 음악인이 아닌 아마추어들이 저작권 등록 시 지출하는 비용이 높았던 이유가 컸다. 들이는 노력만큼 유통된 음원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으므로 그저 음악 창작활동에 만족하는 수준으로 그치는 동호인이나 직장인 밴드 등 아마추어들에겐 주문식 소량 음반 발매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오히려 보편적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창작곡 1곡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할 때 드는 비용은 3만3600원이지만 그 곡을 듣는 이용자가 770원을 내고 다운로드받았을 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약 96원에 불과하다. 스트리밍으로 감상 시에는 이용자가 1곡당 지불하는 7.7원 중 약 0.98원만 창작자에게 돌아간다. 최소 340회를 다운로드받거나 3만4000회 이상 스트리밍돼야 손해는 안 보는 셈이다. 저작권을 등록한다고 해서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것도 아니므로 손해를 보면서 저작권 등록을 할 필요가 없는 현실이다.

국내 업체론 ‘인디즈’ ‘뮤직카우’ 등

이런 사정 때문에 창작자들이 저작권 등록을 꺼리고 그에 따라 음원 유통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 업체들은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6월 정식 서비스를 예고한 슈박스는 누구나 쉽게 창작 음원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게 다운로드 금액의 60%를 창작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수익구조를 제시했다.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이 무료로 스트리밍 감상을 한 뒤 다운로드나 후원의 방식으로 창작자를 지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원저작권자임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슈박스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후원과 기부를 진행할 수 있어 기존 대형기획사의 유명 뮤지션에게 집중돼 있는 수익구조를 탈피해 인디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좀더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게 돕는다”고 밝혔다.

인디음악인으로 활동할 때 자신의 음원에 대한 판권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레이블리는 애초에 음원 제작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비용을 음악인들에게 직접 제공하고 대신 그 음원에 대한 제작·기획사의 권리인 판권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렇게 투자를 거쳐 발매되는 음원들이 레이블리를 거쳐 발매되기 때문에 음악인과 투자자, 플랫폼 모두 공통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수익구조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최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며 덩달아 음원 투자자들에게도 ‘대박’을 안겨준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같은 서비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뮤직카우는 음원이 뜰지 말지 여부를 주식처럼 투자대상으로 만든 플랫폼이다. 브레이브걸스의 곡 ‘롤린’은 2017년 발표된 이래 올해 2월까지 최저가인 2만3500원에 머물러 있었지만,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최고가 77만5000원을 기록할 정도로 ‘음원 투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각인시켰다. 이 플랫폼은 원작자에게서 매입한 저작권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저작권료의 특성상 손실 없이 매월 꾸준히 정산을 받으며, 원작자 사후 70년간 저작권이 보호된다는 점에서 잠재적 기대 수익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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