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직원 폭행 벨기에 대사 부인 '면책특권' 행사키로..한국에서 처벌은 피하게 돼

[경향신문]

경찰 ‘공소권 없음’ 사건 종결
자국 법 따른 조치는 받아야

옷가게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 A씨가 면책특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 A씨로부터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절차대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관과 그의 가구를 구성하는 가족은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의 면책특권 규정에 따라 주재국의 형사처벌을 면제받고 자국 법에 따라 처벌받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벨기에 대사관은 지난 13일 우편을 통해 ‘면책특권 유지’의 뜻을 전해왔고, 경찰은 이를 14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0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A씨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를 마쳤으며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며 “벨기에 대사관에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9일 용산구 한남동의 옷가게에서 직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벨기에 대사관은 같은 달 22일 “대사는 부인과 관련된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부인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가 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초 대사관 측은 “대사 부인이 뇌졸중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는데, 이후 A씨는 병원에서 퇴원해 지난 6일 용산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벨기에 대사관이 면책특권 유지를 결정하면서 A씨는 국내에서 재판에 넘겨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A씨가 면책특권을 적용받더라도 자신의 행위와 관련해 벨기에 국내법에 의한 조치는 받아야 한다. 또 벨기에 정부는 종국적인 사법처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설명해야 한다.

피터 레스쿠이에 벨기에 대사(오른쪽 첫번째)와 부인(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018년 7월 부임 직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