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말고] 요양보호사가 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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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중장년 여성 사이에서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것이 화제다.
이들이 노후 대책을 위해 요양보호사로 이직을 떠올리는 것은 닳아가는 체력과 사회적인 수요를 고려한 결과다.
요양보호사가 중장년 여성의 인기 직업이 된 것은 나이 든 여성이 어떻게 한곳에 모이게 되는지 과정을 돌이켜보게 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과정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보유여성들에게 주로 권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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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서울 말고] 서한나 ㅣ 페미니스트문화기획자그룹 보슈(BOSHU) 공동대표
우리 동네 중장년 여성 사이에서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것이 화제다. 이들은 서로 학원 등록과 구직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식당에서 주방 보조와 서빙으로, 옷가게 판매원으로, 야간 대리기사로 일하다가 요양보호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벌이는 식당이 훨씬 좋은데, 식당 일은 일주일만 해도 손목이 시큰거려서 못 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작년, 지인의 소개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종신(가명)씨는 앞으로 10년은 거뜬히 벌어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차 있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고생이 몸으로 나타나는 듯 이곳저곳 쑤시고 아팠다.
이들이 노후 대책을 위해 요양보호사로 이직을 떠올리는 것은 닳아가는 체력과 사회적인 수요를 고려한 결과다. 요양보호사가 중장년 여성의 인기 직업이 된 것은 나이 든 여성이 어떻게 한곳에 모이게 되는지 과정을 돌이켜보게 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과정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보유여성들에게 주로 권유된다. 경북 영양군에서는 지역특화 여성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이 과정을 진행했다. 부산 북구, 경북 군위, 전남 구례, 전북 무주, 경기 하남과 의정부, 파주 등 지원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요양보호사로 재취업을 권하는 것이 전반적인 흐름이다.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까.
요양보호사가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는 경우, 사회복지사가 시급, 원하는 노동자의 연령, 대상자의 특징 등을 명시한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이때 복지사로부터 답이 제때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기한 기다리기도 하고, 면접 한 시간 전에 취소 통보를 받기도 한다. 일터에서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대상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해고하는 일도 있는데, 이때는 다시 구직해야 한다. “집에 파스가 없어졌다, 반지가 없어졌다”며 모함을 당하기도 하고, 가족의 옷을 세탁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도 있다. 이들은 좋은 어르신을 만나기를 바라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대상자의 인품에 맡길 수는 없다.
요양보호를 비롯한 돌봄노동은 숙련이 필요하고 노동 강도가 높은데도, 가정 내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맡아왔다는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이 다수인 직업군은 대체로 처우 개선이 더디고, 노동 강도가 높으며 임금이 낮다.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과 고된 노동 대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질 좋은 일자리를 중장년 여성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것일까.
대전 소재 한 임대아파트의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성희(가명)씨는 빈곤 노인을 만난다. 알코올 중독이거나 일자리를 구할 의지가 없는 남성 노인이 많다고 했다. 그의 업무는 남성 노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다. 같은 시각, 여성 노인은 “알아서 잘하신다”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사회화된 결과다. 고강도 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렸음에도 구직 의지를 잃지 않은 여성이 질 좋은 일자리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은 일해도 가난하고, 힘든 일을 하지만 힘든 일을 싫어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고강도 저임금 일자리가 여성 개인의 노후 대책으로 떠오른 현실은 공공의 실패를 가리킨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끊임없이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3월, 파업에 돌입했다. “말로만 필수 노동자, 코로나 재난 시기 해고금지” 현수막을 든 이들은 “월 10만원의 위험노동수당과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요양보호사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요양보호사가 환경미화원처럼 연봉과 직업 안정성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매력적인 직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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