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주의' 응원만으로 안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열렬한 응원에 가려진 현실 역시 바로 보아야 한다.
포스코 쪽은 아웅산 수치가 집권하던 민주정부 시절에도 미얀마 군부와 거래해왔으며, 사업 중단 시 미얀마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중국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런 점에서, 미얀마를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미얀마 내 사업이 군부의 경제적 기반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회나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론][미얀마 민주화 시위]
[시론] 최기원 ㅣ 독립연구자
#SaveMyanmar, #KoreaLovesMyanmar, #미얀마_응원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낯설지 않은 해시태그들이다. 시, 군, 구 단위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응원하는 성명이 줄을 잇고 있고, 국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군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대통령이 응원 트위트를 올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정치권까지 미얀마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가 저항하는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은 80년 5월 광주의 풍경을 소환한다. 깊은 공감의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열렬한 응원에 가려진 현실 역시 바로 보아야 한다. 쿠데타 뒤 100일이 지난 이 시점에도 군부의 권력은 여전히 공고해 보이고, 폭력과 탄압은 멈추지 않은 채 내전이라는 파국적 결말로 치닫는 중이다. 국제사회의 미묘한 질서 속에서 각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정작 필요한 조치들을 미루거나 방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응원과 규탄의 메시지를 보내는 수준 이상으로,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행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눈여겨봐야 하는 곳은 한국 기업과 미얀마 군부의 경제적 연계다. 특히 포스코를 향한 국내외 비판이 거세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 소유 토지를 임차해 군부 가족 소유 기업과 합작하여 호텔 사업을 한다. 군부 계좌로 입금되는 임대료가 정부 예산으로 편입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합작 중단을 발표하긴 했지만 군부 소유 기업과 협력해 현지에서 강판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한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해상 가스전 사업의 수익 역시 미얀마 군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익을 배당받는 미얀마 국영석유가스공사(MOGE)는 쿠데타 이전부터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불투명한 자금 운용을 지적받아 왔으며,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조사관으로부터 표적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 최근에는 군함을 대민지원용으로 용도만 바꿔 미얀마 해군에 ‘꼼수 수출’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그 배는 미얀마 해군의 기함이다.
포스코 쪽은 아웅산 수치가 집권하던 민주정부 시절에도 미얀마 군부와 거래해왔으며, 사업 중단 시 미얀마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중국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헌법상 민주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독자적 군벌 집단으로서 로힝야족 학살을 저지르는 등, 수치 집권 당시에도 제재를 받고 있었다. 2006년 군부독재 시기에는 미얀마에 무기를 불법수출하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미얀마 시민들과 미얀마 임시정부(NUG)가 포스코에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종용하고 있기에 시민들의 피해를 운운하는 건 궁색하다. 중국의 개입을 걱정할 수야 있겠지만, 그게 중국 대신 군부에 봉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명분은 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미얀마를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미얀마 내 사업이 군부의 경제적 기반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회나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군부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포스코 등의 미얀마 내 사업과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들의 행적을 단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하고 우리 기업이 군부의 돈줄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침묵은 아니어야 한다.
‘연대’는 응원과 지지로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으로 완성되지는 못한다.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비판해야만 해결 가능한 것들이 있다.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통상 정책을 장려해온 대한민국의 과거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의무를 우리 자신에게 부여한 헌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디딜 각오를 요청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사법농단’ 판사들, 대형로펌 가서 법원행정처 경력 대놓고 홍보
- 사실상 ‘해고’ 당해도…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가요
- 피싱 메일 몰라?…한국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OECD 바닥 ‘충격’
- [단독] 이선호 목숨 잃은 ‘항만’…노동자 줄었는데 산재 늘었다
- 1∼4월 세계 평균기온 역대 8위…올 여름은 덜 더울까?
- “실제 아동학대 사망, 통계의 최대 4.3배…‘숨겨진 정인이’ 있다”
- 국민의힘, 이번엔 김오수-법사위원장 ‘연계’…민주당, ‘양보 불가’
- 이광재 “이재용 사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
- 가자전쟁 뒤 7년 만에 불붙은 이-팔 충돌 왜?
- 5·18 ‘진압 거부’ 이준규 전 목포서장, 경무관 추서와 현충원 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