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 없이 받아간 세금 돌려달라" 소송..대법 "고지서 미수령 납세자가 입증"

"부당이득금반환 청구하는 원고가
과세당국 처분 무효 사유 증명해야"

대법원 [매경DB]

"납세고지서를 받지 못했다"며 납세자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납세고지서가 송달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책임은 과세당국이 아닌 납세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서울특별시 주민 A씨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구로세무서장은 지난 2003년 2월과 9월 A씨에게 2000년 귀속 종합소득세에 대해 주민세 1억여원을 부과했다. 이듬해인 2004년 서울시는 주민세 징수권을 환수해 직접 A씨에게 종합소득세와 주민세 처분서를 보냈다.

그런데 처분서를 보낸 당시 A씨는 2001년 해외로 출국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A씨는 2015년 입국했고, 서울시가 세금체납을 이유로 A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하자 체납액 중 일부인 5600여만원을 납부했다.

이후 A씨는 서울시 등이 자신에게 주민세를 부과하면서 고지, 송달이나 공시송달을 한 바가 없어 과세가 무효라며, 2015년 납부한 체납액 5600여만원을 서울시가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주민세 납세고지서는 원고가 해외에 체류할 때에 송달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세인 종합소득세의 부과고지에 관해 공시송달관련 자료가 존재하는 점에 비춰보면, 납세고지서가 공시송달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주민세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납세고지서가 송달되지 않았거나 송달이 부적법한 경우 과세처분은 무효이며,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됐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인 피고에게 있다"며 송달 여부 입증 책임을 서울시가 진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서의 송달 관련 서류가 보존기간의 경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사건 처분서의 송달증명을 갈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납세고지서 송달 여부 입증 책임은 원고인 A씨가 지는데도, 원심이 피고인 서울시의 입증 부족을 근거로 A씨 승소 판결했기 때문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 재판부는 "원고는 2015년 피고에게 납부한 5600여만원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있다는 전제하에 피고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가 납부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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