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ESG 위장세탁 막아야"

한광덕 2021. 5. 1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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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는 이에스지 투자 붐에 편승해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이에스지 워싱' 위험이 커지고 있어 정보공개 지침 마련 등 정책적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시연 연구위원은 16일 낸 '이에스지 투자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이에스지라는 이름붙이기(네이밍)와 홍보만으로 친환경 기업이나 상품으로 포장해 투자자를 속일 수 있는 '이에스지 워싱'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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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보고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는 이에스지 투자 붐에 편승해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이에스지 워싱’ 위험이 커지고 있어 정보공개 지침 마련 등 정책적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시연 연구위원은 16일 낸 ‘이에스지 투자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이에스지라는 이름붙이기(네이밍)와 홍보만으로 친환경 기업이나 상품으로 포장해 투자자를 속일 수 있는 ‘이에스지 워싱’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천 의지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으면서도 기업 이미지 띄우기를 위한 이에스지 마케팅이 남용돼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먼저 이에스지 평가 기준의 불투명성이 이러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평가기관들마다 등급 산출의 지표나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영역 평가 사이에 상관성이 없어 통합등급만 보고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환경 부문에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배구조 점수가 높아 통합등급이 중간 수준으로 나온 경우 향후 환경규제 강화로 등급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평가기관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스지 펀드로 이름붙인 금융상품들의 실제 운용 상황은 투자자들을 크게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대형자산운용사의 이에스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성종목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26%로 가장 높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13%), 현대차(6%) 차례다. 무늬만 이에스지인 셈이다. 일부 해외 이에스지 펀드도 이에스지 관련 기업이 아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장 주도주로 대부분 채워졌다. 이에 따라 외국 감독기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이에스지 투자 ‘위험 경보’를 발령해 투자회사들이 이에스지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펀드 명칭과 자산가치의 80% 이상이 일치하는지 점검에 나섰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그린워싱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이에스지 평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이에스지 평가의 기반이 되는 공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절차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대한 이에스지 정보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공시 범위를 확대하고 검증된 정보는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에스지 평가기관의 등급 산출방식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린워싱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처럼 엄격한 녹색산업 분류체계 마련이 선행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운용사들이 어떻게 이에스지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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