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대기만 3시간..2030女 핫플 '웅녀의 신전' 가보니
인사동 핫플..누적 1만명 방문
알고보니 에이블 미샤가 운영
폐점 매장 재단장해 MZ 공략
서울 인사동의 한 거리. 한 커플이 집채만한 돌덩이 앞에서 헤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돌로 된 문이었다. "여기 누르면 열려" 남성이 돌에 붙은 문패에 손을 갖다 대자 스르륵하고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마치 원시 부족이 불을 둘러싸고 앉아 사냥감을 손질하고 있을것만 같았다.
선사시대 동굴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카페 '웅녀의 신전'이다. 가게 문은 돌덩이로 굳게 닫혀있고, 간판도 없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말에는 보통 3시간을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다.
지난 13일 찾은 카페는 동굴처럼 서늘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소리를 녹음한 음악 소리가 실제 동굴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인테리어는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으며 21일(삼칠일)을 보냈던 동굴을 그대로 재현했다. 중앙에는 웅녀가 아이를 갖게 해달라며 빌었던 신단수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도 있다. 방문객들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대표 메뉴는 쑥을 활용한 음료와 마카롱이다. 주문은 손바닥만 하게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뒤편 룸에서는 쑥과 하늘을 콘셉트로 한 미디어아트 월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웅녀의 신전 하루 방문객은 100여명, 지난 2월 본격 개점 후 누적 방문객은 1만명 이상이다.
웅녀의 신전의 또다른 이름은 '미샤 카페'다. 화장품업체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웅녀의 신전 콘셉트인 쑥도 2018년 출시한 미샤 '개똥쑥' 라인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휴게음식점업을 추가했다.
웅녀의 신전은 미샤 인사동점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미샤 인사동점은 2017년 하루 1000만원대 매출을 올리는 곳이었으나 경영난으로 결국 지난해 폐점했다. 그러나 임대기간이 아직 한참 남은 상황. 미샤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의 3~4배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는 승부를 띄웠다.
미션은 카페 어디에도 미샤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손님들도 영수증 하단에 사업자명으로 찍힌 에이블씨엔씨를 보고 미샤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걸 알았다는 후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설립 20주년을 넘긴 미샤를 두고 '힙(Hip)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진유정 에이블씨엔씨 신브랜드본부 차장은 "정말 카페에 제품을 하나도 놓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팀원들과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며 "제품이 깔리는 순간 고객 흥미가 순식간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차장은 "웅녀의 신전 흥행을 실제 개똥쑥 라인 매출로 연결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MZ세대에게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지난해 미샤와 어퓨 등 오프라인 매장 600여개 중 30% 가량인 170여개가 폐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매출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신브랜드본부를 출범하고 유아동 용품과 생활 용품 브랜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화장품 정체성과 연계할 수 있는 신사업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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