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토지거래허가제..은마·잠실5, '신고가' 행진중

신수정 2021. 5. 16.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 송파·강남구 14.4㎢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장안정화 위해 제도 차용했지만 가격안정화 미흡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 대부분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격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닌 까닭에 시장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삼성동과 청담동, 대치동,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잠실동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및 대치동 은마 등을 합쳐 총 5만8579가구가 규제 대상이다. 주거지역은 180㎡ 초과할 경우 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해야한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해 주택거래를 제한한 이유는 잠실~코엑스 일대에 조성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으로 주택시장 거래는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한 직후인 작년 7월 대치·삼성·청담·잠실동의 아파트 거래는 70건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작년 10월 36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후 11월 107건, 12월 100건, 올해 1월 84건으로 다시 늘어나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띄었다.

가격 상승도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는 우상향 중이다. 대치동아파트 3.3㎡당 평균매매가격은 작년 6월에 비해 8.1%, 삼성동은 2.78% 올랐다. 청담동은 같은 기간 3.29%, 잠실동은 12.6% 상승했다.

신고가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지난 4월 27일 22억 4500만원의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는 작년 6월 평균 19억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3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잠실동 우성1,2,3차 104㎡은 지난 4일 21억 4000만원의 신고가를 달성했다. 이는 작년 6월 평균 18억 6500만원에 비해 2억원 가량 뛰었다.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 중개사는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매물 품귀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소식도 전해지면서 호가는 이어지고 있다”며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대출이 안나와 자금 부담이 커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도 집값 상승세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규제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불허된 거래 건수가 극히 드물다. 강남구청과 송파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불허된 거래 건수는 총 5건으로 전체 1035건의 0.4%에 불과하다. 이중 주택에 대한 불허가는 3건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는 본인 기준으로 거주하거나 경작할 땅을 매매해야 하는데, 임대목적으로 구입을 시도하거나 외국인의 체류기간이 너무 짧았던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내달 만료 예정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의 토지거래허가 구역은 재지정될 전망된다.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과 공급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매주 둔화해 4월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으나 4·7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달 둘째 주 0.07%로 반등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0.08%→0.08%→0.09%→0.09% 등 5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일부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재개발 구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압구정아파트지구(24개 단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단지(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차용한 주택거래제한의 한계를 지적하며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화를 이끌어내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도시 전체가 교통 및 개발사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의 경우 투기세력 차단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원래 목적대로 허가를 구할 경우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어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수정 (sjsj@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