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뱅벤처스가 'MZ세대' 아닌 'X세대' 패션몰에 꽂힌 이유[이노머니]

이민하 기자 2021. 5.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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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라포랩스, 구매력 큰 중장년층 모바일 패션몰로 차별화..55억원 시리즈A 투자유치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코로나19(COVID-19)는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생활방식이 일상화됐다. 비대면 방식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뿐만 아니다. 40~50대 이상 X세대 중장년층도 온라인 소비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여성 패션 애플리케이션 '퀀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이달 13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라포랩스는 40~50대 여성을 핵심 이용자층으로 한 패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앱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유행에 민감한 패션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MZ세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를 내놓기에 바빴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무신사부터 에이블리, 브랜디 그리고 카카오에서 인수한 지그재그까지 모두 MZ세대를 핵심 소비자로 삼고 있다. MZ세대를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가 이들의 성공비결이었다. 반면 40~50대 여성층은 가장 많은 인구와 높은 소비 여력을 가진 큰 시장임에도 모바일 패션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았다.
4050세대 선호 브랜드·이용방식 반영…"올해 거래액 500억원 목표"
라포랩스가 운영하는 퀸잇은 BCBG, 마리끌레르 등과 같은 백화점 판매 브랜드가 입점된 패션 앱이다. 유행보다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40대 이상 여성 소비자가 대상이다. 앱 출시 8개월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기록하는 등 4050 패션 앱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라포랩스는 초기부터 40~50대 대상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했다. 최희민 라포랩스 공동대표는 "초기에는 건강, 보험, 취미 등 서비스들을 개발했는데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그러다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시던 어머니의 모바일 쇼핑을 도와주면서 중장년층 패션 이커머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작년 대비 29.4%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이후 강한 구매력을 지닌 중장년층 소비방식이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퀸잇은 전체 이용자의 80%가 40세 이상 여성이다. 매월 전월대비 평균 240%의 높은 거래성장률을 기록, 급성장 중이다. 구매자당 평균비용은 10만원이다. 동종업계 평균치(3만5000원) 대비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평균주문금액(AOV)도 3배 이상 많은 6만2000원에 달한다.

퀸잇은 앱 이용자환경(UI)도 40~50대 이용자에 맞춰 쉽고 직관적으로 꾸몄다. 한 화면에 5~6개 이상 상품을 보여주는 다른 패션 앱과 달리 1개 상품만 보여준다. 제품 이미지와 글씨는 크기를 키워서 가독성을 높였다. 판매 상품도 백화점 등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성인 의류 브랜드를 중심으로 갖췄다. 현재 퀸잇에는 50여개 브랜드가 입점 중이다.

올해는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입점 브랜드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경험이 부족한 업체한테는 상품 물류부터 온라인 판매를 위한 사진촬영, 상품페이지 제작까지 대행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올해 입점 브랜드 200개, 연 거래액 500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해 나아가 국내 40~50대 여성들을 위한 '무신사'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55억 초기 투자
라포랩스의 이번 시리즈A 투자유치에는 기존 초기 투자자인 끌림벤처스 외에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정희재 심사역은 "퀸잇 서비스를 보면서 코로나19 이후 금광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기존 젊은 세대 중심의 패션커머스 시장 구조를 재편, 대표적인 40~50대 커머스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 심사역은 "40대 이상 소비자들의 모바일 소비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수면 위로 급부상한 측면이 크다"며 "쿠팡, 마켓컬리 등 배송서비스를 통해 모바일에 대한 소비자 경험들이 충분히 쌓이면서 패션, 취미 등 다른 영역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성도 높게 평가했다. 정 심사역은 "국내 중장년층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5% 수준인데 반해 미국, 일본은 이제 막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중장년층을 겨냥한 패션 등 커머스시장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시작,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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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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