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9.7억→20억 노원 3억→8억..文정부 4년, 내 집 마련 멀어졌다
아파트 상당수 4년 동안 2배 넘게 뛰어
"입지 물량 속도 3박자 갖춰 공급 서둘러야"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기준 각각 15%, 3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를 보면 전국 집값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4년간 10.75% 상승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가 12.01%, 단독주택이 12.34%, 연립주택이 2.69% 각각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5.39% 올랐으며, 경기도와 인천이 각각 18.48%, 14.76%씩 상승했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17.00%다. 서울에서는 마포구가 20.67%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송파구 19.55%, 영등포구 19.02%, 용산구 18.59%, 성동구 18.73%, 강남구 18.10%, 강동구 18.01% 등 순으로 집계됐다.
경기에서는 수원 영통구가 42.60%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인 수지구(41.83%), 구리시(40.82%), 광명시(36.48%), 성남 분당구(33.06%), 용인 기흥구(33.58%)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천에선 연수구(27.46%)와 서구(15.26%)의 상승률이 높았다.
민간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는 상승 추세는 같았지만, 상승률에서 차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의 집값은 34.95% 올라 정부 승인통계인 부동산원 조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KB 통계에서는 노원구 집값이 지난 4년여간 52.09% 올라 서울에서 가장 많이 뛰었고, 영등포구 48.04%, 양천구 46.21%, 송파구 44.4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와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크게 오른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이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적정한 담보가치 산정을 위해 작성하는 KB 통계는 상대적으로 호가 반영 비중이 높아 실거래가격 위주로 작성하는 부동산원 통계보다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매매 사례를 보면 4년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2배 이상 뛴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79㎡는 2017년 5월 10일 9억7000만원(16충, 국토부 실거래 자료 참조)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16일 20억원(2층)에 매매되며 2배 이상 급등했다.
마용성 지역 중 한 곳인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 전용 84.82㎡ 역시 문 대통령 취임 이틀 전인 2017년 5월 8일 7억1000만원(15층)에서 지난달 23일 15억3000만원(7층)으로 매매가격 뜀폭이 2배를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도 상계주공 3차 전용 58.01㎡가 지난달 24일 8억3500만원(12층)에 실거래됐다. 이 단지의 같은 주택형이 2017년 5월 10일 3억4500만원(5층)에 매매거래된 것을 감안할 때 현 정부 취임 후 4억9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운 점은 '부동산'이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정책 보완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94다. 올해 2월 기준 지수는 164.7로 약 4년 동안 75.2% 올랐다.
실거래가격지수는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통계 중 하나로 2006년 1월부터 공표하기 시작했다. 실제 신고된 아파트 거래 사례로 작성하며 실거래가 신고 기한(30일 이내)과 분석 등에 시간이 필요해 발표 시점과 약 3개월의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최신 수치는 2월이다.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2월 114.7로 2017년 5월(97.3)보다 17.8% 상승했다. 최신 통계인 4월(115.7)을 적용해도 상승률은 18.9%다.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실거래가 지수가 매매가격지수보다 더 현실을 잘 반영한다"면서도 "요즘은 서울 아파트 거래 자체가 저조해 1~2건의 실거래가 통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구도를 짜려는 등 시장을 지나치게 난관적으로 이해하고 섣불리 접근한 것이 정책 실패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권 초기 쏟아냈던 수요억제정책에 대해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 냉정히 평가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 2·4 대책 등 수요 억제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선회한 전환점이 된 대책을 펼쳐 왔다"면서 "무주택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좋은 곳에 많은 물량을 빨리 공급하는 즉 입지, 물량, 속도 3박자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114와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최근 1년(작년 5월~올해 4월) 동안 94.1대 1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1년간(2017년 5월∼2018년 4월)의 경쟁률(15.1대 1) 대비 6배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6대 1에서 24.6대 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와 인천의 경쟁률은 문 대통령 임기 1년 차에 각각 6.1대 1, 6.5대 1을 기록했다. 특히 4년 차에 큰 폭으로 뛰며 27.3대 1, 22.8대 1에 달했다.
이는 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전셋값 불안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 등이 겹치며 주택수요가 청약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로또 청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일단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 청약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렸다.
지난해 서울에서 청약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은 작년 10월 1순위 청약 당시 최고 5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흥행의 원동력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전용 84㎡ 기준 8억6600만원이었던 분양가가 꼽힌다. 인근의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15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할 때 당첨 시 6억원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지난 1월 분양한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자이더시티도 평균 경쟁률이 617.1대 1에 달했는데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7억2900만원으로 주변 보다 수억원 낮았다.
청약시장 과열 양상은 평균 청약 당첨 가점 상승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2017년 최저 당첨 가점 평균은 45.5점이었지만, 올해 64.9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도 각각 6.6점(36.3→42.9), 13.7점(33.1→46.8) 올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 과열로 가점이 낮아 당첨 확률이 떨어진 30대가 재고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며 영끌을 통한 패닉 바잉 현상을 야기했다"며 "치열한 청약 경쟁과 당첨 물량을 두고 세대 갈등이 커지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약 가점이 낮고 특별공급에서 배제되는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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