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기는 쉬워도 어른 되기는 꽤 어렵다

한겨레 2021. 5. 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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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이 성년의 날이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그날이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기도 하다.

5월17일 성년의 날이자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 지나가면, 다문화 가족과의 공존을 얘기하는 세계인의 날(5월20일),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민족 간 갈등을 극복하자며 유엔이 제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5월21일)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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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 아이다호주 모스코의 한 광장에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 앞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뉴노멀 트렌드]  김용섭 ㅣ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이 성년의 날이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그날이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기도 하다. 요즘엔 여기저기서 이 말을 가져다 쓰지만, 원래 커밍아웃(coming out)은 성 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전세계에서 시가총액 1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에 커밍아웃했다. 팀 쿡은 여전히 시이오이며, 애플을 더더욱 성장시켰다. 지금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20% 정도 더 많다. 애플이 국가라면 세계 지디피 순위 8위 정도 된다. 현역 정치인 중에선 바이든 정부의 교통부 장관 피트 부티지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의 하원의원 11명, 상원의원 2명이 스스로가 엘지비티(LGBT)라고 커밍아웃한 정치인이다. (미국에선 의원 최초로 커밍아웃한 때가 1987년이다. 하원의원 바니 프랭크가 주인공인데 커밍아웃 이후에도 24년 정도 더 하원의원을 했고 2007년부터 4년간 하원 의장을 맡으며 미국의 금융개혁을 주도했다.)

현재 뉴질랜드의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그랜트 로버트슨도 커밍아웃했으며, 뉴질랜드는 전체 국회의원 중 엘지비티가 10%로 전세계 국회에서 단연 1위의 비율이다. 현재 세르비아의 총리인 아나 브르나비치, 독일 보건장관인 옌스 슈판도 성 소수자다. 현직 정치인들이 이 정도이고 전직으로는 셀 수 없이 많다. 성 소수자를 우대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차별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 능력을 따지지도 않고, 그의 성 정체성만으로 정치생명이 끝장났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재해서 잘 쓴다. 이건 잘못된 언어 습관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다름에 대한 태도 때문일 수 있다. 우린 다른 것에 대해 유독 인색하다.

한국인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증오범죄에 희생당하고 차별당했다는 뉴스를 볼 때 분노했던 사람들이, 왜 한국에서 성 소수자를 비롯해 각종 소외된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현실에 대해선 무덤덤할까? 인권에 예외는 없다. 인권은 사람이면 누구나 누릴 사람답게 사는 기본권이다. 누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건 각자의 선택이지만 인권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다르다고 차별하고 혐오할 권리는 어떤 누구에게도 없다. 장애인,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도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성 소수자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5월17일 성년의 날이자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 지나가면, 다문화 가족과의 공존을 얘기하는 세계인의 날(5월20일),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민족 간 갈등을 극복하자며 유엔이 제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5월21일)이 이어진다. 참 인간적인 5월이다. 노동자부터 어린이, 어버이, 스승, 유권자, 성년, 세계인, 부부, 성 소수자까지 두루두루 챙기는 달이다. 포용성과 다양성은 지금 시대 트렌드이자 가장 중요한 뉴노멀이기도 하다.

성년의 날은 만 19살이 되는 성년에게 사회인으로서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 자부심을 부여하는 기념일이다. 올해 2002년생이 주인공이다. 수년 전부터 제트(Z)세대가 매년 주인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제트세대가 젠더, 윤리, 환경 등 다양한 가치를 더 적극 수용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성 정체성뿐 아니라, 인종과 국적의 다양성에도 관대하다. 물론 일부에선 성차별과 폭력적, 공격적인 태도가 있긴 하지만, 그건 세대의 특성이 아닌 개별적 인성 문제일 뿐이다. 어른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정의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나이 먹기는 쉬워도 어른 되기는 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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