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로 학생 느는데..경기 학교설립 허가율 2년새 반토막
도교육청 "과밀·과대 우려"에 교육부 "주변 학교 분산배치"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지역에서 택지개발에 따른 학생수 증가로 학교 신설 필요성은 느는데, 신설 심사 통과율은 2년 새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육청의 학교설립 및 학생배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교육부의 정기1차 중앙투자심사(중투)에 의뢰한 초중고교 및 통합·기타학교 17곳 신설 심사 결과 6건(35.3%)만이 통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적정'하다고 판단된 것은 1건(부천 옥길중고통합운영학교·2024년 개교 예정)이었으며, 5건은 조건부로 통과됐다.
나머지 통과되지 않은 학교신설 계획들은 '설립시기 조정', '학교 설립계획 전면 재검토 및 보고 후 추진', '통학구역 재검토', '학교설립 우선순위 검토' 등을 이유로 반려되거나 재검토,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교육부 중투는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학교 설립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적절성을 따져, 교육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심사하는 최종 관문이다.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학교신설 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중투 통과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도교육청의 학교설립 및 학생배치 중장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2017∼2019년 60∼70%대를 웃돌던 중투 통과율은 2020년 갑자기 43.6%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0%대로 더 떨어졌다.
2019년의 경우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공립유치원 신설이 대대적으로 추진돼 전체 통과율이 71.4%에 달했으며, 유치원을 제외하더라도 초중고교 통과율은 60%를 넘겼다.
교육부는 최근 도교육청의 심사 의뢰건 중 택지개발지역 내 이미 다수의 신설 학교가 설립된 곳이 많아 학교를 새로 짓는 대신 주변 학교의 남는 교실(일반교실, 교과교실, 특별실 등)을 활용해 학생들을 분산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취지에서 재검토 의견이 많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경기도는 인구가 늘어 지역에 따라 과밀·과대 문제로 학교신설이 시급한 곳이 많아 중투 통과가 절실하다고 했다.
실제로 김포 한강신도시택지개발지구 내 운일고(가칭)의 경우 지역 내 고등학생 학령인구가 올해 1만2천767명에서 2026년 1만6천550명으로 3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도교육청이 2024년 신설개교를 추진했으나 이번 중투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교육부 중투는 주변 학교로 학생들을 분산 배치하라는 취지로 '학군 내 학교현황 자료를 전면 재검토 후 추진하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미 김포 내 고등학교의 교실(일반 교실 기준)이 거의 모두 찼고, 학생을 일부 수용할 수 있는 3개 학교의 교실 여유분도 다 합해 10여개에 불과하다.
또 이들 학교는 운일고 예정지로부터 거리가 5∼7㎞ 떨어져 있어 원활한 통학이 어려운 실정이다.
화성 동탄2택지개발지구 내 동탄5고(가칭) 역시 지역 내 고등학교 학령인구가 5년 안에 7천217명(27.7%) 늘어날 것에 대비해 2024년 3월 개교할 수 있도록 추진해왔는데, 김포 운일고와 같은 사유로 중투 심사 벽을 넘지 못했다.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택지개발지역은 인구 밀도가 높아 교실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으로 과밀하거나 학교 규모 자체가 큰 과대화 문제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교육에 대비해 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자는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인데다 2025학년 고교 학점제 시행에 발맞춰 과밀, 과대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학교설립계획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관계자는 "올해 중투가 두 번 더 남아있다"며 "경기도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해 신설이 필요한 곳에 학교설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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