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퍼스트', 구명정 탑승 같았던 임혜숙 장관 임명 [노원명 칼럼]
지난주 청와대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중 임혜숙은 임명하고 박준영은 떨어뜨렸다. 두 후보자의 도덕성을 비교하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 같았다. 재는 사람이 꾀죄죄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꾀죄죄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박준영이 그나마 나았다. 문제 가짓수도 적었고 '도자기 밀수'는 어쨌든 아내가 주도했다는거 아닌가. 임혜숙은 세금체납, 부동산 다운 계약서, 외유성 해외 출장, 부부간 논문 품앗이 등 본인이 직접 관여된 문제가 여러건이었다.
이럴때 인사권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가 하나라도 적은 박준영을 임명하고 임혜숙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 떡 두개가 땅에 떨어졌는데 떡에 묻은 모래알 개수를 헤아려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주워서 털어먹는 것이다. 물론 모양새는 빠진다. 두 떡 모두 주울수도 있다. 실은 청와대는 그러고 싶어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말렸다. '거지 소리 듣는다'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위생관념이 작동하는 단계라면 두 떡 다 버리고 가는게 맞는다. 다만 임기말에 떡 두개를 버리면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떡 두개를 모두 버리거나, 모두 취하거나, 흙 덜 묻은 하나만 취하는 것은 제각각의 합리성을 갖춘 '정상 행위'다.
그런데 박준영은 버리고 아무리 봐도 모래알 개수가 더 많은 임혜숙을 택했다. 이건 합리적이지 않다. 임명을 전후해 여권에선 '여성장관 30% 공약' 같은 배경 설명이 흘러나왔다. 장관 임명 기준이 구명보트 탑승 순서처럼 보인다. '노약자 우선, 레이디 퍼스트' 뭐 그런 것인가.
임혜숙 임명으로 때아닌 페미니즘 논쟁이 일고 있다. 타이타닉호의 신사들은 숙녀들을 위해 기꺼이 구명정을 양보했다. 한국에서 신사소리를 들으려면 정권이 '희생양'을 필요로 할때 여성장관 후보를 대신해 낙마를 자처하는 매너가 필요하다. 박준영씨는 장관 대신 신사의 길을 간 것인가. 가뜩이나 볼 부어있는 '이대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살짝 실망 기미를 보이던 '이대녀'들의 이 정권에 대한 신뢰는 회복될까.
조국에서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은 이 정권의 인사는 이후에도 줄곧 괴기스럽다. 공직 자격에 대한 절대기준을 계속 낮춰오는데 그치지 않고 '겨 묻은 개를 똥 묻은 개보다는 낫게 여기는' 세상의 상식을 간단히 무시해 버린다.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결정을 그럴듯한 한마디 설명없이 마구 해치운다.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청와대 인사중에 어느쪽이 더 개연성있어 보이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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