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랄 땐 안쓰고, 벗으랬더니 안벗고..월마트 노마스크 첫날

2021. 5.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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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직원·손님 모두 그대로 마스크 착용
디즈니월드·스타벅스도 '노 마스크' 허용
"익숙해진 마스크, 갑자기 벗기 힘들 것"
백신 안 맞은 보수층만 마스크 벗을 수도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10개월 만에 매장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없앴지만, 15일(현지시간) 찾아간 버지니아의 한 매장에선 직원과 손님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한동안은 아무도 마스크 안 벗을 걸요. 벗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 예전처럼 따라다니며 말리진 않을 거예요."
1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타이슨스웨스트의 월마트 매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고 있던 린다 산체스는 마스크를 벗고 입장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날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매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앞서 백신을 다 맞은 뒤 2주가 지나면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한 직후 나온 조치다.
TV와 라디오에선 이를 두고 팬데믹의 터널 끝에 보이는 빛과 같은 신호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침이 적용된 첫 주말인 이날, 월마트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여전히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옥외 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는 직원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미국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는 매장 내 마스크 착용 규정을 없앴지만 15일(현지시간) 찾아간 버지니아 한 매장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가족들과 장을 보러 온 클레인 배시는 "백신을 다 맞았지만,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 감염 사례가 있는 상황에서 아직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 마스크가 익숙해진 만큼 올해까지는 실내에서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도 했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 조스 등 다른 대형마트·식료품점도 '노 마스크' 행렬에 발 빠르게 참여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했고,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월요일인 17일부터 마스크 착용 여부를 고객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대형마트에서 마스크 착용 규정이 사라지는 것은 딱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15일 월마트는 미국 전역의 매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확진자 수가 330만 명에 이르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13만 명을 넘으며 2차 유행이 시작되던 때였다.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손님과 이들을 제지하는 마트 직원 간의 몸싸움이 연일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제 마스크가 익숙해진 사람들의 행동을 갑자기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한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과학을 무시한다고 비난받았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똑같은 과학을 믿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도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트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스 역시 앞으로 매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찾아간 버지니아의 한 매장에선 여전히 거의 모든 손님과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이날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스에서 만난 계산대 직원 마이클 재츠는 "매장을 찾은 손님 중 누가 백신을 맞고 안 맞았는지 물어볼 수는 없다"면서 "손님과 직원 모두 마스크 쓸지 말지는 본인 선택이지만, 나는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이번 조치가) 혼란만 초래하면서 매장 내 직원들을 감염의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엉뚱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게 될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기준 미국에서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체의 47%다. 나머지 가운데 여전히 백신을 맞을 의향은 없으면서 마스크를 귀찮아했던 보수성향의 미국인들만 마스크를 벗어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 조치로 아직 면역력이 없는 이들을 더 위험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 의학 애널리스트인 리나 웬은 "그동안 과도하게 조심해 온 CDC가 그런 조심성을 내다 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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