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15] 인사동과 시인 천상병의 막걸리

정리=박명기 기자 입력 2021. 5. 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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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낙원상가 주변과 동묘 주변은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이 주름지고 굳은살 박힌 손으로 '장'과 ''멍을 외치며 싸우는 인생의 장기판이다.

그곳에 가면 시인 천상병의 살아생전 마시던 막걸리가 생각난다.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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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하나님의 은총이고 밥"이라던 시인.. 종묘와 종로의 '노인들만의 나라'

서울 인사동 낙원상가 주변과 동묘 주변은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이 주름지고 굳은살 박힌 손으로 '장'과 ''멍을 외치며 싸우는 인생의 장기판이다. 

42년생, 43년생들이 6.25와 월남전을 이야기하며 술에 취해 젊은 시절 숨겨놓은 안주를 꺼내 마지막 몸을 술에 절이며 자신들의 생명을 태우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같은 수업 시간을 보낸 어린 시절의 학생들이 오랜 노트를 꺼내 자신의 글을 보여주는 풍경과 다를 바 없다. 그곳에 가면 시인 천상병의 살아생전 마시던 막걸리가 생각난다.

막걸리/천상병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걸 잘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아진다.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그는 낮에도 마시고 저녁에도 마시고 그는 막걸리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말하듯 매일 마시며 1993년 63년세로 하늘로 일찍 소풍을 떠났다.

인사동에서 '귀천'이라는 시인의 시를 딴 찻집 '귀천(歸天)'을 운영했던 부인 목순옥 여사를 남기고 말이다. 목여사도 2010년 귀천했다. 

그렇게 천상병을 따라 노인이 된 백발의 사람들과 집 없는 자들의 안식처 인사동과 동묘와 종로의 하늘은 노인들만의 나라가 있다.

노인들만 사는 나라에는 시간이 거북이 걸음처럼 느리게 간다. 그곳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황혼의 열차 역처럼 우리 모두가 기다리며 시간의 끝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인사동, 파고다 공원과, 동묘에는 매일 낮에는 노인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만들어진다.

내일이면 한 명, 모레는 두 명, 소풍을 가는 마지막 낙원의 풍경에서 느린 오후를 느리게 가는 황혼의 풍경을 다시 본다. 내가 황혼에 들면 이곳에 있을까?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 프로필

1992년 세영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프로듀서
KBS 옛날 옛적에, 은비까비, 일본 합작 '나디아' 제작 프로듀서
1994~미국 할리우드 게임 JOY CINE 총감독
경민대 만화예술과 출강.일요시사 정치삽화 '탱자가라사대' 연재
1998~ (주)프레임엔터테인먼트 슈퍼패밀리 원작, 각본, 감독
2001~2004 KBS TV시리즈 날아라 슈퍼보드 스토리보드, 감독
2004~㈜ 선우엔터테인먼트 스페이즈 힙합 덕 총감독
2005~2010 한국 KBS,중국CCTV '도야지봉' 원작 및 총감독. 상하이미디어그룹(SMEG). 상하이 술영화제작소 총감독.
2010 하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해외심사위원
중국 SMG 방송 TV 시리즈, '토끼방' 기획, 데모제작, 총감독
2014~한국MBC,중국CCTV '판다랑' 원작, 각본, 총감독
웹툰협회 고문/음원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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