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진짜 LCC'는 에어로케이..코로나는 위기이자 기회"
"기존 운임 대비 20~30%↓ 가능..연내 2호기 도입"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팬데믹 때문에 취항이 지연된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운항 기체가 많으면 더 힘든 위기가 됐을 수도 있었죠.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인 것 같습니다. 힘든 날이 있는 만큼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에어로케이의 가치와 비전, 사업모델, 소비자 편익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반드시 만들겁니다."
2017년 첫 날개짓을 예고했던 에어로케이는 4년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에어버스와 신기재 8대 도입계약을 체결하며 7번째 LCC(저비용항공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기득권을 가진 기존 항공사와 깐깐한 관(官)의 규제 벽 앞에서 번번이 쓴맛을 봤다.
새까맣게 속을 태워온 4년여 세월. 좌절할 법도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는 지난 12일 <뉴스1>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꺾이지 않는 열정과 신념을 차분히 풀어냈다.
17살때 조종사 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관심과 열정이 남달랐던 강 대표는 '진짜 LCC'와 'LCC업계의 메기' 역할을 자임하며 지난 2016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사우스웨스트 등 글로벌 LCC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 이미 기득권이 돼버린 LCC 업계에 새바람을 이루겠다는 포부로 가득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출범 초 국내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순항하는듯 하던 에어로케이는 사업 구체화 단계부터 점차 난관에 봉착했다. 시장 규모는 날로 성장하지만 이에 발맞춰 몸집을 불려온 기존 FSC·LCC 업체들의 유무형 견제가 집중됐다. 결국 4년여 만인 지난 4월15일 첫 취항을 시작했다. 신생항공사에게 기득권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강 대표는 "기존 항공사들은 전부터 취항했던 시간대를 확보해 티켓도 안정적·선제적으로 판매할 수 있지만, 에어로케이는 아직 7월~9월 슬롯도 배분받지 못했다"며 "노선 배분도 신생항공사에게는 불리한데다 마케킹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상당히 제한적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생 항공사에겐 해당되지 않는 '그림의 떡'이다. 이미 최소한의 인력을 운용 중이어서 유휴 인력에 대한 지원 대상이 되지 않아서다. 자금을 마련할 대출 창구도 꽉 막혀 운영자금 마련도 쉽지 않다.
강 대표는 "기존 항공사들에겐 여러 지원 혜택이 있지만 저희는 버티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적자를 줄이는 것이 생존의 길일 뿐"이라며 "같은 수준에서 경쟁해도 쉽지 않은데 신생항공사라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오히려 더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존 항공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항공업계 통폐합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에어로케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은 싸늘하다. 특히 팬데믹을 견뎌낼 체력, 즉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강 대표는 "200억원 가량 자금 모집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신생항공사가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많이 인지해줘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존 항공사들은 그만큼 부채비율이 늘었고 적자가 더 큰 만큼 '오히려 신생항공사에 베팅이 좋은 투자'라는 투자자도 꽤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최근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여객운항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뉴스가 잇따르며 항공산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시장이 예측하고 있는 듯 하다.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며 "새로운 투자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얘기되고 있는 건이 여러 개 있다"고 덧붙였다.
취항 초기 슬롯배분 등에서의 어려움 속에서도 에어로케이의 탑승률은 조금씩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취항 초기 180석 규모 여객기에 승객 서너명이 탑승, 사실상 빈 채로 운항한데 비해 최근에는 조금씩 승객이 늘어나 탑승률이 30~40%대까지 개선됐다고 한다.
물론 이같은 저조한 탑승률이 계속된다면 문제지만 'LCC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입소문을 타면 해볼만 하다는 기대가 상당하다. 대부분의 국제선이 막힌 현상황에서 단순히 비교는 어렵지만 에어로케이는 국내·국제선 항공권 운임의 20% 가량은 낮추는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지 않더라도 사업 모델을 잘 지키는 '진정한 LCC'라면 운임을 다운시킬 수 있다고 본다. 팬데믹 전 기준으로 한다면 20~30% 가량은 낮출 수 있다"며 "인천, 김포, 김해 공항 대비 청주 베이스 항공사는 가격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청주~제주 노선밖에 운용할 여지가 없지만, 항공업계가 정상화 수순에 돌입하면 에어로케이의 주력은 국제선이 될 전망이다. 특히 단거리 국제 노선에서 기재활용을 극대화해 운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지역 3시간 이내 노선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노선 수익성과 항공기 효율성을 따지면 3시간 미만 노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항공업계 통폐합에 대해선 '오히려 기회'라는 역발상을 바탕으로 미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 진정에 따른 최적의 타이밍을 저울질하며 미뤄왔던 2·3호기 도입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하나로 합병돼 항공사가 줄어드는 형태이지만 기존 LCC가 운용 항공기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며 "신생 항공사에게는 항공업계 통폐합이 좀 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슬롯이 한정적인 상황이어서 2·3호기를 당장은 들여와도 제주 노선에도 가기 힘들다. 언제 추가 인도를 받을지 고민하고 있고 리스사들과도 합리적인 선에서 계속 협의 중"이라며 "2호기는 이번 연도 안에는 도입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LCC 모델을 국내에 안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편익에 가장 민감한 것 같다"며 "단순히 '싼 항공사'가 아닌, MZ 세대가 추구하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있는' 항공사가 되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LCC가 저비용항공사라고 하면서도 비용 측면에서 운임이 상당히 낮진 않다"며 "좀더 합리적 가격을 제공하며 직접 소비자들에게 B2C 판매를 하기 위한 합리적 브랜드 밸류와 이미지, 내부문화를 만들어 고객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에어로케이가 취항까지 오랜 기간 힘들었던 만큼 겸손하게 준비를 잘해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주면서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며 "회사를 위해 많이 희생하는 임직원들에게 감사하고, 꼭 성공으로 보답을 해야겠다는 각오"라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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