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플레이어]"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위기의 1위 팀 버팀목의 카르페디엠

정현석 2021. 5. 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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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흔들리고 불안할 때 최후의 보루.

"몇 경기까지 실점 안하고 싶냐고요. 한 1000경기 까지요?(웃음) 사실 저는 한경기 한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매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나가는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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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600번째 출전 경기였던 12일 KT전에서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킨 '제로맨' 우규민. 수원=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흔들리고 불안할 때 최후의 보루. 우리는 그를 에이스라 부른다.

백전노장 우규민(36)이 흔들리는 불펜에서 확실한 존재감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잡아야 할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있다.

우규민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시즌 5차전에서 5-6으로 턱밑 추격을 당한 7회말 2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홈런 4방으로 단숨에 한걸음 뒤까지 추격한 KT 타선. 삼성은 필승조를 총동원했지만 KT 타선은 연신 큼직한 파울 타구를 날리며 삼성 벤치를 압박했다.

절체절명의 동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공 1개로 장성우를 3루 땅볼 처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문상철 박경수 김병희를 현란한 변화구와 강약 조절로 K-K-K로 돌려세웠다. 통산 24번째 600경기 출전 경기에서 시즌 17경기 16⅓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6홀드째. 3⅓이닝을 퍼펙투로 막아낸 투구 수는 단 14구에 불과했다.

우규민은 다음날인 13일 KT전에도 3-1로 앞선 8회말 등판해 또 한번의 퍼펙투로 원태인의 시즌 6승을 굳건히 지켰다. 1이닝을 지우는데 필요한 투구수는 단 11개에 불과했다. 올시즌 무실점 경기를 18경기, 17⅓이닝으로 늘렸다.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7회 마운드에 올라 실점 위기를 넘긴 우규민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5.12/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 한 우규민은 비결을 믿음으로 표현했다.

"저는 원래 점수 차를 크게 신경 쓰고 던지는 편이 아니거든요. 어느 순간에 나가든 볼을 안 던지려 최대한 노력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던지다 보니까 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기록을 안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우규민은 선발 마무리 불펜을 모두 경험한 투수. 한 우물만 파지 못했다. 최근 대망의 300세이브를 달성한 전문 마무리 오승환에 대한 부러움은 없을까. 우규민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기록면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전천후라는 게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는 더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니까 그 이닝 만큼은 제가 마무리라 생각하면서 올라가고 있어요."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8회말 등판한 삼성 우규민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13/

우규민의 맹활약. 오기의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오늘 하루에 대한 소중함,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는 '카르페 디엠'이 만들어내고 있는 매일, 매 순간이 기적이다.

"몇 경기까지 실점 안하고 싶냐고요. 한 1000경기 까지요?(웃음) 사실 저는 한경기 한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매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나가는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인생을 가장 열심히, 풍요롭게 사는 방법은 여정에 끝이 있음을 의식하는 것. 불혹을 향해 가는 프로 19년 차 베테랑이 깨닫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다.

시즌 초 흔들리는 삼성 불펜을 지키며 끝판왕 오승환에게 승리의 바통을 넘겨주는 최후의 보루. '오늘의' 우규민이 '내일의' 삼성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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