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혼쭐난 인터넷은행..'신용평가'서 중금리 대출 답 찾는다

서상혁 기자 2021. 5. 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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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결제 데이터 받는 카뱅·케뱅은 KT 통신정보 활용
비금융정보 확보 몰두..중금리 대출 확대·부실 최소화 지름길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카카오뱅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올해 최대 현안인 중금리 대출 취급 규모를 늘리기 위해 비금융 정보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의 주된 고객층인 금융이력부족자들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 '대출 확대와 대출부실 최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다양한 비금융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부터 카카오페이로부터 고객들의 결제·행동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다. 앞으로도 주요 카카오 계열사와 데이터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택시'나 '카카오선물하기' 등의 데이터도 모으고 있다.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마이데이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는 '중금리 대출' 때문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비금융 정보가 반영된 신용평가 모델이 필요하다. 중금리 대출이란 금리가 10% 내외인 대출 상품으로 종전 신용등급 기준 4~6등급이 주된 고객층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에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금리를 더 얹는다. 다만 신용평가에 쓰이는 지표들이 금융 거래에만 편중된 탓에 저신용자나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 파일러(Thin Filer)'들은 고금리시장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종전 신용등급 4~6등급 대출자들이 최저신용자들과 비슷한 고금리를 부담해왔다.

비금융 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면 보다 많은 이들을 중금리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 예컨대 신용점수가 낮더라도 그간 연체 없이 통신비를 납부했다면 대출을 받아도 성실히 상환할 것으로 보고 점수를 올려주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신용평가의 정확성을 높여야 중금리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의 신용평가 모델로는 도저히 저신용자에게 중금리를 적용할 수 없으니, 비금융 정보를 결합하는 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는 것"이라며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다 면밀히 평가할 수 있는 만큼 연체율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서도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모회사인 KT의 통신비 납부 내역이나 해외 로밍 내역, KT 계열사인 비씨카드의 가맹점 정보를 자체 신용평가 모형에 결합하고 있다. KT는 최근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에 250억원을 투자했는데, 향후 데이터 교류도 기대해볼 만하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데이터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해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중금리 대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토스뱅크의 신규 진입이 임박한데다, 금융지주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표하는 등 경쟁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됐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3~4년이 지나고도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을 하는 건 맞지 않다"라며 "상반기 중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세부 방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과도하게 압박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작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금리폭을 설정하고 은행들에게 맞추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조건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을 하다보면, 외려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며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압박만 할 게 아니라 금리 수준의 현실화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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