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처럼 '하늘의 짐꾼' 수송기도 국내 개발 이뤄질까 [박수찬의 軍]
방위사업청이 2022~2026년 4800억 원을 들여 대형수송기 3대를 국외 구매 방식으로 도입키로 최근 결정하면서 수주를 노린 해외 업체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를 출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12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 주최로 열린 항공우주력 컨퍼런스에서 공군 C-130, CN-235 등을 대체할 쌍발 제트엔진 수송기 국내 개발 계획을 제안했다.
일본이 F-2 전투기 개발 인력을 C-2 수송기와 P-1 초계기 개발에 투입해 연구역량을 유지한 것처럼 KF-21 연구인력을 활용, 외국업체의 독무대였던 한국군 지원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자체 연구역량을 지키려는 ‘일석이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수송기와 해상초계기·여객기 개발까지 진행
공군은 2030년을 전후로 C-130 수준의 항공기에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전자전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군 내 수송기와 특수임무기 수요를 종합하면 35대 안팎에 달한다.
이를 개별 사업 단위로 쪼개면 기종별로 1~10여대 수준에 불과해 부품 수요가 적어 가동률 유지와 군수지원 측면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반면 수송기를 개발한 뒤 해상초계기와 전자전기 개발 등에 활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가동률과 군수지원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KAI의 설명이다.
수송기를 개조해 7년간 개발될 해상초계기는 9㎞ 상공에서 최대 시속 741㎞가 넘는 속도로 10시간 이상 비행한다.
기수에는 수면을 탐색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후미에는 자기이상탐지장치(MAD)를 장착한다. 동체 하부에는 광학장비와 소노부이 120발을 투하할 장비와 보관소, 어뢰 탑재용 무장창 등이 추가된다. 양쪽 날개에는 공대함, 공대지미사일 장착대가 장착된다.
해상초계기 동체를 활용해 만들 중형 여객기는 외부 무장장착대를 없애고 내부에는 승객용 좌석 100개를 설치한다. 외부는 수송기와 같지만, 내부는 여객기 형태로 운영된다. 개발에는 5년이 소요된다.
현재 국산 수송기 개발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군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크기나 외형, 성능 등은 바뀔 수 있다.
KAI는 수송기 시제기 조립이 이뤄질 2029년에는 해상초계기 체계개발에 착수, 2035년 완료하고 중형 여객기는 203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KAI는 “전투기처럼 무장을 장착하지 않고 항공전자장비는 KF-21보다 간단하며 엔진도 기존 제품을 활용하므로 수송기 국내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상초계기 외에도 공중급유기, 무인기 발사 플랫폼, 무장형 건십 등 다양한 파생형 개발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산 수송기 경쟁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나온다. 수송기를 개발하면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한다. 수출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한계를 보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대형수송기 2차 사업 후보인 유럽 에어버스 A400M과 브라질 엠브리어 C-390은 우수한 기체 구조와 성능을 갖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계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높은 브랜드 파워를 겸비,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KAI는 T-50 계열 항공기 성능개량(T-50 MLU 사업)도 제안했다.
T-50 계열은 2026년부터 2040년대 중반까지 수명주기가 도래하는 기체가 발생한다. T-50과 블랙이글스용 T-50B, TA-50 전술입문기, FA-50 경전투기를 포함한 160여 대의 수명을 연장하고 훈련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단종 부품 대체 △공중급유 능력 추가 △계기판을 대화면지시기(LAD)로 교체 △헬멧시현장치(HMD) 등 센서 개선 △지상충돌회피시스템 장착 등 생존성 강화 방안을 포함한 계획을 KAI는 제안하고 있다.
KF-21과 FA-50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도 다수 소개됐다.
지난 2월 기준 KF-21의 항공무장은 12종이다. 이 가운데 미사일은 3종에 불과하다. 전투력과 수출 경쟁력을 조기에 높이는 차원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공군이 기존에 쓰고 있는 항공무장을 KF-21 블록1에 장착하거나, 외국의 신형 항공무장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군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화는 중거리 공대지미사일과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제안했다.
FA-50에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사거리 200㎞, 정확도는 3m 이내다. 터키의 솜(SOM) 미사일과 비슷하다.
한화 측은 “향후 KF-21에도 장착할 수 있고, 공대함 미사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련 사업이 본격화하면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타우러스 350K-2와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KF-21에 통합하려는 것이다. 시제1호기가 출고된 KF-21 블록1은 독일산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하지만 KF-21에 국산 무장을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록2에서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포함한 국산 항공무장 탑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프란 관계자는 “프랑스 공군이 아프간, 리비아 등에서 사용했고, 중동국가도 많이 쓰고 있다. 미국 수출 승인 여부에 구속받지 않는 100% 프랑스 독자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은 500파운드급 정밀유도폭탄을, 노르웨이 콩스버그는 JSM 공대지미사일을 소개했다. 유럽 MBDA는 스피어 미사일을 홍보했다.
이밖에도 유럽 에어버스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후보기종인 A400M을 홍보했으며, 미국 보잉은 한때 도입설이 흘러나왔던 F-15EX 전투기, 영국 BAE 시스템스는 전투기 탑재 전자전체계 등을 제안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군은 상당한 수요가 있는 ‘큰 손’”이라며 “한국 시장을 확보하려는 국내외 업체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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