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처럼 '하늘의 짐꾼' 수송기도 국내 개발 이뤄질까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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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수송기가 병력과 물자, 경전차를 지상에 투하하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KAI 제공
2030년대 공군의 병력과 물자 운송을 책임질 차기 수송기를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2022~2026년 4800억 원을 들여 대형수송기 3대를 국외 구매 방식으로 도입키로 최근 결정하면서 수주를 노린 해외 업체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를 출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12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 주최로 열린 항공우주력 컨퍼런스에서 공군 C-130, CN-235 등을 대체할 쌍발 제트엔진 수송기 국내 개발 계획을 제안했다.

일본이 F-2 전투기 개발 인력을 C-2 수송기와 P-1 초계기 개발에 투입해 연구역량을 유지한 것처럼 KF-21 연구인력을 활용, 외국업체의 독무대였던 한국군 지원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자체 연구역량을 지키려는 ‘일석이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수송기와 해상초계기·여객기 개발까지 진행

현재 공군 수송기와 해군 및 해경 특수임무기 중에서 공군 CN-235 12대, C-130 12대, 해군 P-3C 해상초계기 8대와 해경 초계기 1대를 포함한 33대는 2045년 이전에 수명주기가 도래한다. 2040년대 초반까지 새로운 기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산 수송기를 플랫폼으로 한 공중급유기가 KF-21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는 상황을 그린 상상도 모습. KAI 제공
해군은 최근 공개한 ‘해군 비전 2045’에서 P-8A보다 우수한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을 명시했다. P-3C를 대신해 2040년대 P-8A와 함께 활동할 초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군 장기 전력소요에도 차기 해상초계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2030년을 전후로 C-130 수준의 항공기에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전자전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군 내 수송기와 특수임무기 수요를 종합하면 35대 안팎에 달한다. 

이를 개별 사업 단위로 쪼개면 기종별로 1~10여대 수준에 불과해 부품 수요가 적어 가동률 유지와 군수지원 측면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반면 수송기를 개발한 뒤 해상초계기와 전자전기 개발 등에 활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가동률과 군수지원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KAI의 설명이다. 

KAI가 개발할 수송기는 C-390(브라질 엠브리어), C-2(일본 가와사키)처럼 C-130보다 우수한 기종을 목표로 한다. 외형 또한 이들 기종과 유사하다.
국산 수송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해상초계기가 항모전단 앞에서 소노부이를 투하하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KAI 제공
쌍발 제트엔진이 날개 밑에 장착되는 국산 수송기의 성능 요구도에 대해서는 항속거리 4815㎞, 비행고도 약 9㎞, 탑재중량 19t, 속도는 시속 657㎞, 전투병력 92명 이상을 제시했다. C-2나 C-390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개발에는 7년이 소요된다.

수송기를 개조해 7년간 개발될 해상초계기는 9㎞ 상공에서 최대 시속 741㎞가 넘는 속도로 10시간 이상 비행한다. 

기수에는 수면을 탐색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후미에는 자기이상탐지장치(MAD)를 장착한다. 동체 하부에는 광학장비와 소노부이 120발을 투하할 장비와 보관소, 어뢰 탑재용 무장창 등이 추가된다. 양쪽 날개에는 공대함, 공대지미사일 장착대가 장착된다. 

해상초계기 동체를 활용해 만들 중형 여객기는 외부 무장장착대를 없애고 내부에는 승객용 좌석 100개를 설치한다. 외부는 수송기와 같지만, 내부는 여객기 형태로 운영된다. 개발에는 5년이 소요된다.

현재 국산 수송기 개발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군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크기나 외형, 성능 등은 바뀔 수 있다.

일단 KAI는 다음달까지 자체적으로 선행연구를 실시, 국방부와 산업부에 수송기 개발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브라질 엠브리어 KC-390 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정부의 정책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면, 2025~2031년 체계개발을 진행해 2033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KAI는 수송기 시제기 조립이 이뤄질 2029년에는 해상초계기 체계개발에 착수, 2035년 완료하고 중형 여객기는 203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KAI는 “전투기처럼 무장을 장착하지 않고 항공전자장비는 KF-21보다 간단하며 엔진도 기존 제품을 활용하므로 수송기 국내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상초계기 외에도 공중급유기, 무인기 발사 플랫폼, 무장형 건십 등 다양한 파생형 개발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산 수송기 경쟁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나온다. 수송기를 개발하면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한다. 수출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한계를 보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대형수송기 2차 사업 후보인 유럽 에어버스 A400M과 브라질 엠브리어 C-390은 우수한 기체 구조와 성능을 갖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계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높은 브랜드 파워를 겸비,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수송기 분야 후발 주자인 KAI가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산 수송기가 일본 C-2처럼 국내용으로만 쓰이게 된다면 군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FA-50 경전투기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사일 등 항공무장과 군용기 성능개량 제안도 

이날 컨퍼런스에서 KAI는 T-50 계열 항공기 성능개량(T-50 MLU 사업)도 제안했다.

T-50 계열은 2026년부터 2040년대 중반까지 수명주기가 도래하는 기체가 발생한다. T-50과 블랙이글스용 T-50B, TA-50 전술입문기, FA-50 경전투기를 포함한 160여 대의 수명을 연장하고 훈련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단종 부품 대체 △공중급유 능력 추가 △계기판을 대화면지시기(LAD)로 교체 △헬멧시현장치(HMD) 등 센서 개선 △지상충돌회피시스템 장착 등 생존성 강화 방안을 포함한 계획을 KAI는 제안하고 있다. 

KF-21과 FA-50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도 다수 소개됐다. 

지난 2월 기준 KF-21의 항공무장은 12종이다. 이 가운데 미사일은 3종에 불과하다. 전투력과 수출 경쟁력을 조기에 높이는 차원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공군이 기존에 쓰고 있는 항공무장을 KF-21 블록1에 장착하거나, 외국의 신형 항공무장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군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FA-50도 수출 경쟁력과 전투력 증강 차원에서 무장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프랑스 사프란이 개발한 해머 공대지 정밀유도무기. 아프간 등에서 실전 투입됐다. 트위터 캡처
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외 방산업체들은 이같은 점을 의식, 자사의 항공무장을 적극 홍보했다.

한화는 중거리 공대지미사일과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제안했다. 

FA-50에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사거리 200㎞, 정확도는 3m 이내다. 터키의 솜(SOM) 미사일과 비슷하다. 

한화 측은 “향후 KF-21에도 장착할 수 있고, 공대함 미사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련 사업이 본격화하면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타우러스 350K-2와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KF-21에 통합하려는 것이다. 시제1호기가 출고된 KF-21 블록1은 독일산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하지만 KF-21에 국산 무장을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록2에서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포함한 국산 항공무장 탑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랑스 방산업체 사프란은 해머(HAMMAER)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를 제안했다. 수직으로 표적에 떨어지는 해머는 두꺼운 콘크리트 벙커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유럽 에어버스 A400M 수송기가 골짜기를 저공비행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전투기보다 뒤쪽에 있거나 산 너머에 있는 지상 표적도 타격이 가능하며, 전투기가 발사 후 해당 지역을 이탈해도 자체적으로 표적이 있는 곳을 찾아 날아간다. 

사프란 관계자는 “프랑스 공군이 아프간, 리비아 등에서 사용했고, 중동국가도 많이 쓰고 있다. 미국 수출 승인 여부에 구속받지 않는 100% 프랑스 독자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은 500파운드급 정밀유도폭탄을, 노르웨이 콩스버그는 JSM 공대지미사일을 소개했다. 유럽 MBDA는 스피어 미사일을 홍보했다.

이밖에도 유럽 에어버스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후보기종인 A400M을 홍보했으며, 미국 보잉은 한때 도입설이 흘러나왔던 F-15EX 전투기, 영국 BAE 시스템스는 전투기 탑재 전자전체계 등을 제안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군은 상당한 수요가 있는 ‘큰 손’”이라며 “한국 시장을 확보하려는 국내외 업체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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