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취업 분투기] 22살인데 포스코가 두 번째 직장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한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올해 포스코에 입사한 이재현 씨(22)는 고졸 취업에 실패했다. 자신감을 잃었고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국폴리텍대 창원캠퍼스에 입학해 새로 도전했다. 결국 대기업 입사라는 목표를 이뤘다. 이 씨를 만나 취업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엔지니어 꿈
이 씨는 2014년 마산공고 메카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엔지니어로 평생을 자부심으로 일한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을 받았다. 뚜렷한 목표의식 덕분에 학교생활이 즐거웠다.
메카트로닉스는 기계와 전자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학교에서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주로 배웠다. 열심히 공부해 내신 1~2등급을 유지했다. 학업우수상, 기능우수상을 받았다. 반장‧부반장, 선도부로 활동하며 공로상, 3년 개근상, 봉사상도 받았다. 자격증도 5개나 땄다.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무작정 자격증 시험 접수를 했어요. 돈이 아까워서라도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치열하게 살았는데도 취업 문턱은 높았다. 고졸 취업은 아무리 늦어도 졸업 전에 입사 기업이 확정된다. 여러 대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몰랐던 탓이다. “시험 잘 보고, 자격증 열심히 따면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너 정도면 무조건 대기업 간다’고 해서 자만하기도 했죠. 목표 기업을 정하고 그 기업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기업 취업 목표로 폴리텍대 진학
폴리텍대 창원캠퍼스에 진학하기로 했다. “기술직은 나이도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폴리텍대는 2년제라 효율적으로 배우고 현장에 갈 수 있죠. 기술 쪽에서는 알아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씨는 금형디자인과 17학번으로 입학했다. 각종 산업에서 활용하는 금형의 기본을 다시 익히겠다는 목표로 전공을 골랐다.
입학 후 군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군에 들어가 공군 기술병으로 복무했다. “꼭 기술병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소에서부터 열심히 했습니다. 소대장 훈련병을 맡아 각종 점수를 얻었죠. 네 차례 시험까지 본 후에 기술병 보직을 받았습니다. 같은 기술병끼리 치른 시험에서 48명 중 2등을 해서 원하는 자대에 배치됐습니다.”
군대에서의 2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냉난방 시설 설비 업무를 맡아 실무 경험을 쌓았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고교 때 취업에 도전하면서 어필하기 어려웠던 에피소드도 군대에서 쌓았다.
“소대장 훈련병으로 뜀 걸음 인솔을 맡았을 때 일입니다. 완전 군장에 총까지 드니 낙오자가 하나둘씩 생겼죠. 조교와 함께 뒤처지는 전우들의 총을 대신 메고 최종 도달점까지 갔어요. 다른 소대에 비해 완주 시간은 늦었지만, 대대 전체에서 낙오자가 가장 적은 소대로 선정됐어요. 소대원 모두가 가산점을 받았죠. 저는 이때의 경험을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자기소개서에 풀어냈습니다.”
◇대입 준비하듯 공부, 14개 자격증 취득
2019년 9월 제대 한 달 만에 복학하고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산업기사 자격증 5개를 추가로 땄다. 도합 14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고등학생 때와 비교해 효율적으로 취업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필기, 면접 등을 동기들과 함께 준비했죠. 특히 필기에 집중했습니다. 고졸 취업에 실패한 핵심 이유가 필기라고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인적성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조별 활동(팀플) 시간도 스펙으로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쌓아온 지식을 적극 공유했다. PPT 제작과 발표를 도맡았다. 면접 연습의 기회로 삼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전문적인 내용으로 발표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취업하고 나서 들은 건데, 제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모습에 면접관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하더군요.”
폴리텍대는 현직 출신 교수가 많다. 전형 과정에서 직접 도움을 줬다. “현장에선 어떤 용어를 쓰는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짚어주셨어요. 현직자 입장에서 어떤 후배를 뽑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죠. 면접관의 심리를 교수님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폴리텍대와 제휴를 맺은 전문 업체에서 자기소개서 첨삭도 받았다. “담당 매니저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나름대로 내공을 탄탄히 쌓아와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있었는데, 전문가의 눈을 통하니 단점이 보이더라고요. 글의 맵시가 안 좋다거나, 제 3자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자기소개서를 고칠 수 있었습니다.”
막막했던 고등학생 시절보다 상황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갈 수 있는 회사,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늘었다. “전공이나 학점만으로도 경력이 증명됐어요. 대학이라는 틀이, 마치 저에게 지원 자격을 하나 더 부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건설기계 기업 거쳐 포스코 합격
2020년 겨울 폴리텍대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건설기계 기업이었다. 이 씨의 고향인 창원에 공장이 있어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했다.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기기 조립 파트에 배정돼 각종 공기구로 여러 장비를 설치하는 일을 했습니다.”
1년여가 지난 올해 초 포스코 공채에 합격했다. “처음부터 포스코 입사를 꿈꿨어요. 결국 성공했습니다. 취업에 성공하려면 가고 싶은 기업만 원서를 넣으면 안됩니다. 일단 취업해서 회사를 다니다가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게 좋아요.”
포스코는 전형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면접만 3번을 봤습니다. 사회 이슈에 대한 견해를 적는 시험, 독서 퀴즈까지 있었죠. 어떤 회사길래 이렇게 공들여 인재를 뽑을까 궁금했어요. 다행히 최종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현재 포스코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으며 부서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철강 생산 직무인 조업기계 파트에 지원한 상태다.
그는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최종합격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엔지니어만 바라봤음에도 고졸 취업에는 실패했는데요. 열심히만 해선 안됩니다.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해야 하죠. 가고 싶은 기업을 정해두고, 인재상에 맞춰서 준비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자기소개서를 미리 완성해 놓는 것도 노하우다. “자소서를 미리 갖춰 놔야 다음 전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계속 토익이나 자격증만 붙잡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방법을 알고 제대로 준비하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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