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말 폭탄'에 암호화폐 시장 400조원 증발, '시세 조종' 처벌 가능할까 [이슈law]
일부 투자자들 "암호화폐 시세 조종하는 머스크 처벌해야"
법조계 "암호화폐는 금융상품 규제 적용되지 않아
국내에서 발생해도 자본시장법 등 적용 어려울 듯
투자자 집단소송도 어려워..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코인 시장 흔드는 머스크의 입, 시세조종 혐의 적용?
머스크와 관련해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는 도지코인이다. 자신을 ‘도지 파더’(도지코인의 아빠)라고 지칭하면서도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말을 하는 등 도지코인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머스크로 인해 이 코인의 가치는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인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 작업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도지코인 띄우기 트윗’을 본 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섰고,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선 도지코인 거래가격이 곧바로 20% 넘게 뛰어오르기도 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중단 발표 전 비트코인을 대거 매도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머스크의 갑작스런 발표 후 그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결제 중단을 발표하기 전에 비트코인을 팔았을까”라며 “테슬라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비트코인 거래가 성사됐는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비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머스크로 인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그를 암호화폐 시세 조종 혐의 등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018년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적었고 이후 테슬라 주가는 11% 치솟았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허위 사실로 드러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머스크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신과 법인이 각각 2000만달러(226억원)씩 벌금을 낸다는 조건으로 고소 취소에 합의했다.
만약 국내에서 ‘머스크 충격’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머스크만큼의 위력은 아니지만 유명 코인 유튜버들이 코인 시세에 입김을 넣고 있다.
법조계는 국내 역시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처럼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화폐도, 통화도, 금융통화상품도 아니라고 선언한 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에 대해 금융상품으로서 규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머스크의 행위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내는 것 역시 힘들 전망이다. 김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성율)는 “코인이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코인 시세 하락 관련 집단소송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코인 시세조종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희찬 변호사(안국법률사무소)는 “이번 머스크 사태는 암호자산에 대한 과세 계획에만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이 사태와 같은 시세 조종 등에 대처해 세금을 부담하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해프닝”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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