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시대의 막장을 조명한 '광부 화가' 황재형의 꿈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한국 리얼리즘 미술을 대표하는 황재형 작가, 그는 1980년대 광부로 일하며 그곳의 노동자들을 그려왔습니다.
목숨 걸고 일했던 탄광에서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그의 그림, 지금 이 시대의 고된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40년을 헤아리는 그의 작품 세계,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검은 탄가루 대신 초록빛 봄이 자리 잡은 태백.
‘광부 화가’로 불리는 황재형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곳입니다.
1980년대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직접 광부로 일하며 탄광촌의 노동자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황재형/화가 : “땀의 소중함이었어요. 노동의 무게라든가 삶의 깊이 이런 것도 그 차후로 얻어졌던 것이지만, 제일 먼저 느껴졌던 것은 그 노동의 가치였습니다.”]
지하 갱도의 막다른 곳, 막장에서 동료의 불빛에 의지해 한 끼 밥을 먹으며 목숨 걸고 일하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익명의 존재였던 광부들의 모습은 이 시대 노동자와도 닮았습니다.
광부들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 ‘산업 전사’로 불렸지만,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쇠락해가는 탄광촌은 석탄가루와 오물이 뒤섞인 탄천 위로 처연히 노을이 지는 모습으로, 다 타버린 연탄재처럼 더는 설 자리가 없는, 은퇴한 광부의 눈물로 남았습니다.
압축 성장이 불러온 삶의 풍경, 대자연으로 시야를 확장한 작가는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그린 작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버려지는 머리카락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주름, 표정으로 되살아납니다.
[“눈물, 콧물(이 흐릅니다). 감정을 공유하고 일체가 되다 보면 그렇습니다.”]
40년 세월 동안 우리 사회 곳곳의 ‘막장’ 을 비추며 시대와 소통하고 있는 작가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더 있습니다.
[황재형/화가 :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설악산, 저기 한라산까지 달리고 싶어요. 그리려고. 참으로 아름답겠다 싶어서. 그것이 통일의 초석이 된다면 나로서는 할 바를 다 했다 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영상편집:박주연
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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