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생할머니김 진짜 나왔다..유튜버 모시는 광고업계

추동훈 2021. 5. 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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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여러분은 개그콘서트와 피식대학, 둘 중 무엇이 익숙하신가요? 지난해 6월 폐지된 개그콘서트는 2000년대를 풍미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반면 피식대학은 올해 빛을 보기 시작한 개그 유튜브 채널입니다. 개그콘서트 시절에는 인기 코너로 유행어를 만들고 스타가 된 뒤 방송계로 진출하고 수많은 광고를 찍으며 꽃을 만개하는 성공 공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금은 유튜브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유투버 스타 모시기에 나선 광고업계, 그 이야기를 추적해 봤습니다.

피식대학 유튜브 캡쳐

요즘엔 피식대학 모르면 구세대라고 불리며 저와 같은 3040세대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공하기도 하는데요. 5월 14일 기준 116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은 공중파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입니다. 2019년 채널을 연 뒤 탈북자 몰카, 먹방, 콩트 등 다양한 개그를 펼쳤지만 초반엔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랬던 피식대학은 마블 스튜디오 뺨치는 세계관을 설정하기 시작하며 본궤도에 오릅니다. 2000년 초반 인터넷 세대 상황극인 '05학번이즈백', 부모 세대들이 주류인 산악회 이야기를 담은 '한사랑산악회', 비대면 시대의 언택트 데이트를 표방하는 'B대면데이트'가 대표적인 코너입니다. '05학번이즈백'에 출연하는 캐릭터는 한사랑산악회 회원의 자녀이고 가족이라는 식으로 각 코너가 연결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피식대학의 성공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불릴만큼 소름돋게 현실적인 고증이 큰 힘을 보탭니다. 마치 2005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만큼 2000년 초반의 인터넷, 패션 문화가 재현되며 마치 부모님과 삼촌·이모 같은 산악회 회원들은 실제 산을 오르며 생활 연기를 펼칩니다. MZ(밀레니얼·Z)세대에겐 개그, 부모님 세대에는 다큐라고 불리는 이들의 개그는 너무 현실같아 더 웃기는 개그가 됐습니다.

캐릭터의 힘도 큽니다.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재미교포 출신 아저씨, 다혈질 경상도 아저씨, 느끼한 유학파 카페 사장들이 등장해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들을 자연스레 연기합니다. 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모방한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본부장은 요즘 대세 중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이호창 /피식대학 유튜브 캡쳐

반지하 방에서 시작했던 피식멤버들의 상황도 나아졌습니다. 배용길, 배용남으로 연기 중인 이용주는 한 라디오에서 공채 개그맨이 된 후 바퀴벌레가 나오는 반지하에 살았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은 국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풀옵션 차 한 대 정도의 돈을 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피식대학 멤버는 수입을 정확히 N분의 일로 나눠 정산한다고 합니다. 한사랑산악회 김영남 회장으로 분한 김민수 역시 최근 광고를 찍고 수입도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배재고 물리 선생님으로 분한 정광용 역시 나락에서 극락으로 온 듯 통장을 보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최근 방송이나 유튜브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과거 공개 코미디 출연 개그맨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거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피식대학 캐릭터 중 독보적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바로 B대면데이트의 카페사장 최준과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본부장 이호창입니다. 부담스러운 눈빛과 오그라드는 말투로 비호감 캐릭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최준 캐릭터는 여러 인기가수와 함께 노래 부르는 콘텐츠를 통해 메가히트를 기록 중입니다. 비호감에 호감을 느껴버려 스톡홀름증후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이들을 캐릭터로 패러디한 '짤'들이 인기를 모읍니다. 특히 최준을 분한 김해준은 카페 사장이라는 캐릭터에 걸맞게 실제 커피 광고 모델로 발탁됐습니다. 편의점 CU의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CAFE GET' 사장으로 분해 광고 3편을 만들었습니다.

CU 카페사장 광고 /출처=BCF리테일

최준과 더불어 피식대학 최고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는 이호창 본부장의 광폭 행보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재벌 3세를 흉내내는 이호창은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가상의 브랜드 오너가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재벌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한 느낌과 약간은 거들먹거리는 말투, 그 안에서 드러나는 센스 있는 모습의 묘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가상의 브랜드 김이 출시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1번가가 5월 4일부터 '김갑생할머니김' 제품 2종을 출시했는데요. 성경식품의 성경김과 협업한 진짜 김이 출시된 것입니다. 제품 포장 겉면에는 '박수받는 식탁을 만듭니다'는 문구와 함께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본부장 사진이 함께 실렸습니다.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것은 김 한 장이다'는 김갑생 명예회장의 명언(?)도 실제 프린트돼 있습니다. 그 외에 이호창 본부장은 여러 식음료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인기를 입증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어떤 브랜드와 힘을 합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1번가는 이호창 본부장으로 분한 개그맨 이창호와 함께 김 판매 기념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습니다.

실제 출시된 김갑생할머니김 /출처=샌드박스

광고 업계에서는 이러한 유튜브 부캐릭터(부캐)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온라인몰, 주류, 편의점 등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계는 MZ세대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캐릭터를 이용해 인기몰이에 나서는 건데요. 업계 관계자는 "재미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이러한 유튜버를 활용한 광고가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마케팅 시장에서 유튜버들의 역할이 더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브라운관에서 활약했던 많은 개그맨과 연예인이 유튜브 시장에서 이미 대활약하고 있는 만큼 대세 중의 대세, 유튜브에서의 재미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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