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이 어려운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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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에 나온 술 만화가 있다.
일본과 한국에서 와인 붐의 기폭제 역할을 한 '신의 물방울'이다.
나한테 이 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와인 이름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프랑스 등이 백년전쟁 직후까지도 완벽한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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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 것에 비유하면 ‘제주도 고씨 할머니가 최고 밭에서 재배한 좁쌀로 빚은 2000년도 산 오메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즉 로컬의 의미를 그대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은 지역마다 와인 관련 용어가 조금씩 다르다. 예시로 부르고뉴의 와이너리는 ‘도멘’으로 불리지만, 보르도 지역은 성이란 의미의 ‘샤토’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여기에 더 심한 것은 지역 및 마을마다 다른 등급체계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 등급은 와이너리에 붙지만, 부르고뉴는 포도밭에 주로 붙는다. 론 지방은 마을에 붙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같은 보르도라고 하더라도 그 안의 메도크, 그라브, 생테밀리옹 등 또 다른 체계의 등급 기준을 갖는다.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은 이러한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이 동네 이름만 대면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1970년대 이후 포도 품종을 적극적으로 기재한다. 품종만 보더라도 어떤 맛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어려운 와인을 꼭 스트레스받아가며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취미로 접근한다면 이 역시 일상의 기쁨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와인도 저렴할 수 있고, 막걸리도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다양성을 알아준다면 과음과 폭음이 아닌 풍성하고 즐거운 ‘슬기로운 술 생활’이 될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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