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같은 티켓 시즌권, 코로나 시대 '우선 구입권'으로 성공 탈바꿈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21. 5.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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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일반적인 유럽 축구단 수익 구조는 △이적료 △방송중계권 △스폰서 수입 △입장권·MD 판매 수익으로 구분된다. 각각 구단 수입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홈티켓 객단가를 10만원이라고 치자. 5만석 입장 수입은 50억원이다. 웬만한 주전 선수 연봉이다. 그게 홈경기 단 한 번으로, 그것도 입장료로만 해결되는 게 우리로서는 너무 부럽다.

K리그 구단 입장 수입은 작다. 전체 매출의 5% 안팎이다. 최소 수입이라고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게 시즌권이다. 홈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입장권이다. 홈경기는 20경기 안팎이다. 시즌권 가격은, 구단별로 다르지만, 보통 10만원~16만원 선이다. 경기당 1만원 꼴이 안된다. 거기에 유니폼 등 MD상품까지 얹어 판다. 마른 수건 짜듯 마련한 시즌권 수입으로 1년을 버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다른 판매 방식이 재미를 보고 있다. 소위 ‘입장권 우선 구입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판매 가능한 입장권은 전체 좌석 중 10%다. 티켓구입 경쟁이 불가피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즌 멤버십을 6만원에 팔았다. 멤버는 약 1000명이다. 혜택은 일반 팬보다 하루 먼저 티켓을 구매할 권리다. 인기 티켓은 선수단 벤치 인근 자리다. 김동찬 마케팅 팀장은 “멤버십 구입자는 티켓을 최대 두 장씩 살 수 있다”며 “티켓 가격에는 할인이 없다”고 말했다. 구단으로서는 멤버십도 팔고 티켓도 제값(1만2000원, 1만7000원)에 파는 것이다. 인천은 10경기를 묶은 ‘예매권 북’ 840장을 30% 할인해 팔았다. 예매권 북 구입자는 시즌 멤버가 표를 산 다음날 티켓을 산다. 인천이 팔 수 있는 티켓은 경기당 1930장이다. 14일 현재 홈경기를 6번 치렀는데 4차례 매진됐다. 김 팀장은 “관중 제한이 풀려도 현재 방침을 유지하면서 내년에는 멤버십을 세분화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삼성은 지난해 시즌 티켓 홀더에게 전액 환불하는 동시에, 올해 티켓 우선 구입 권리를 부여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해 혜택을 못 본 시즌권 구입자에 대한 보은이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약 7000명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하루 먼저 티켓을 산다. 역시 할인 없는 가격이다. 수원은 팬 충성도가 무척 높은 팀이다. 최원창 프로는 “이렇게 표를 구입한 팬들이 관중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경기당 3200장을 팔 수 있는데 주말 경기는 거의 매진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권 가격은 16만원(19경기)인 반면, 올해 일반석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최 프로는 “티켓이 시즌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어 객단가로 보면 올랐다”고 설명했다.

K리그는 프로야구에 비해 관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장도 대부분 큰 편이라서 1만명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관중 확보를 위한 묘안도 없다. 코로나19가 변화 필요성과 함께 한국식 대안을 마련한 기회를 준 셈이다.

미국프로스포츠는 다양한 티켓 판매기법이 있다. 특정 경기를 선택해 볼 수도 있다. 인기 있는 경기와 없는 경기를 한데 묶어 2경기 티켓 값보다 싸게 살 수도 있다. 특정 원정팀이 우리 홈에서 치르는 경기만 볼 수 있는 티켓도 있다. 묶음 경기 수가 다양한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시즌권을 타인에게 잠시 넘기는 ‘티켓 드래프트’도 있다. 심지어 암표가 공식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한국이 벤치마킹해 한국식으로 탈바꿈할 만한 좋은 예들이다. 코로나19로 새롭게 마련된 K리그 티켓 판매기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동시에, 다른 종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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