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Discourse] '아(我)와 비아(非我)' 맨시티의 No.9 투쟁, 페란의 가능성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Discourse, 담론이라는 뜻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별처럼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수많은 담론들이 펼쳐진다. STN스포츠가 EPL Discourse에서 수많은 담론들 중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정리해 연재물로 전한다.
-[이형주의 EPL Discourse], 100번째 이야기: '아(我)와 비아(非我)' 맨시티의 No.9 투쟁, 페란의 가능성
페란 토레스(21)가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노스이스트잉글랜드지역 타인 위어주의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맨시티는 리그 2경기 만에 승리했고 뉴캐슬은 리그 2연승에 실패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였던 단재 신채호 선생은 자신의 저서 '조선 상고사'를 통해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다. 그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 상태의 기록이다.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이 이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이라고 서술한다.
글자 그대로 선생은 나 또는 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아'가 내가 아닌 이 혹은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과 투쟁하고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을 역사의 총체로 본 것이다.
이런 관점을 올 시즌 맨시티에 투영하면 어떨까. 올 시즌 맨시티의 역사는 No.9(넘버 나인, 최전방 공격수)을 대체하는 방법을 찾고, 찾은 방법을 통해 다른 팀들과 투쟁하고, 또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다른 팀들과 상호 작용을 맺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맨시티는 내내 No.9 포지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으며 올 시즌을 치렀다. 해당 포지션에 믿을맨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맨시티는 팀의 전설 아구에로가 붙박이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 등으로 기존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 주축 공격수 자리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는 가브리에우 제수스는 올 시즌 해당 포지션에서 부진했다. 리암 델랍 등 유망주들도 있었지만 아직 우승을 노리는 팀의 No.9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내내 공격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올 시즌 가장 먼저 쓴 방법이 '윙어' 페란의 공격수 기용이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 합류한 페란은 원래 발렌시아 CF서 윙어로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발렌시아 4-4-2 체제에서 좌우 윙어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란의 득점력과 팀 상황을 고려해 그를 공격수로 기용했다. 이는 쏠쏠했다. 페란의 깜짝 공격수 기용은 시즌 초반 표류하던 맨시티에 힘이 돼줬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그러나 점차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들이 여기에 익숙해지게 됐다. 페란 역시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험난한 적응기를 거치게 됐다. 변화가 필요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른 전술을 펴게 됐다. 이는 제로톱+하프백 전술을 가미한 4-1-4-1(공격 시 3-2-4-1)이었다.
시즌 중반 맨시티는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을 공격수 자리에 기용하는 제로톱+하프백 4-1-4-1 전술을 폈다. 제로톱으로는 주로 일카이 귄도안이 기용됐는데 이에 1월 전후로 그가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단순히 제로톱 전술만 편 것이 아니었다. 공격 시에는 레프트백으로 기용된 주앙 칸셀루가 예전의 하프백처럼 수비형 미드필더의 빌드업을 보좌했다. 이 포메이션 변화는 효과를 봤다. 페란 원톱이 방해에 가로막히게 되자 4-1-4-1 제로톱+하프백이 가동됐고 맨시티가 다시 고공질주를 이어진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역사 인식을 빌리면 아와 비아의 투쟁 속 맨시티가 4-1-4-1 제로톱+하프백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맨시티가 토트넘 핫스퍼과의 카라바오컵 결승전(한국 시간 4월 26일) 등 최근 경기들에서 또 한 번의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맨시티는 이번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을 공격수로 놓는 더블 펄스 나인을 썼고, 이 역시 효과를 봤다.
그런데 이번 뉴캐슬전에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시 페란 No.9 전술을 돌아왔다. 이 안에서 페란은 전반 41분 감각적인 뒷발 득점, 후반 18분 제수스의 크로스를 슈팅 득점, 후반 20분 혼전 상황에서 슈팅 득점을 올리며 해트트릭을 폭발시켰다. 팀의 4-3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해트트릭은 페란의 클럽 축구 첫 해트트릭이었다. 21세 75일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한 그는 마리오 발로텔리(20세 138일), 라힘 스털링(20세 313일)에 이어 맨시티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에 EPL에서 해트트릭을 만든 선수가 됐다. 또 페란은 2010년 1월 22세 200일의 나이로 FC 바르셀로나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메시보다도 빠르게 해트트릭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바르사, FC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 등 빅팀들을 지휘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 지휘를 받은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해트트릭을 만든 선수로 자리했다. 기록 하나, 하나가 그가 얼마나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해트트릭이라는 기록을 만든지 엿보게 해준다.
2000년 2월 29일생인 페란은 시즌을 치르면서 한 살을 더 먹었고, 시즌 초보다 발전된 모습이었다. 피지컬적으로도 더 성장한 그는 No.9의 향기를 더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 속 페란이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에 페란 No.9 전술도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다. 아니 해당 전술을 구현하는 이들이 달라졌기에 세부적인 부분이 달라진 완전히 다른 전술이라는 해석도 가능했다.
어쨌든 페란의 No.9 가능성을 다시 본 과르디올라 감독은 추후에도 그를 윙어가 아닌 공격수로 기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같은 날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란은 오늘 그의 골감각을 보여줬다. 나는 그를 나중에도 공격수로 기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아와 비아의 투쟁. 이와 비슷한 No.9로 인한 전술 변화 투쟁 속 맨시티가 페란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미 올 시즌 모든 대회 13골 3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페란이다. 어쩌면 그가 아구에로의 뒤를 잇는 맨시티의 No.9으로 우뚝 설수도 있어 보인다.
사진=뉴시스/AP, 이형주 기자(영국 런던/타워 브릿지, 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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