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제자.." 백발 스승, 고교생 오월열사 41년 만에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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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전직 중등교사가 계엄군 총격에 숨진 고교생 열사인 제자의 묘 앞에서 41년 만에 재회해 눈길을 끌었다.
박석무(78)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스승의 날인 1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전영진 열사의 묘소에서 넋을 기렸다.
박 이사장은 '어머니, 조국이 나를 부릅니다'고 쓰여진 전 열사 묘비 앞에 섰다.
박 이사장이 어렵사리 제자의 묘지를 찾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전 열사 아버지의 독려에 힘입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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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에 참배는 처음.."진상 규명에 힘 모여야"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먼저 간 제자가 스승을 찾을 수 없으니 산 스승이 제자를 찾아와야지…"
광주의 전직 중등교사가 계엄군 총격에 숨진 고교생 열사인 제자의 묘 앞에서 41년 만에 재회해 눈길을 끌었다.
박석무(78)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스승의 날인 1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전영진 열사의 묘소에서 넋을 기렸다.
참배에는 전 열사의 아버지 전계량(87)씨와 열사의 고교 동창·후배 이덕준(59)·김향득(59)·조성국(58)씨 등이 동행했다.
박 이사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민주의 문에서 추념문을 거쳐 전 열사 묘지로 발길을 재촉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박 이사장과 아버지 전씨의 옷깃에는 빨간 카네이션을 달려 있었다.
박 이사장은 '어머니, 조국이 나를 부릅니다'고 쓰여진 전 열사 묘비 앞에 섰다. 41년 만이었다.
박 이사장은 준비한 국화 바구니를 묘지 앞에 헌화한 뒤 허리를 숙였다. 박 이사장은 '저 동그랗고 검은 눈 못 잊겠네' 라면서 묘비 영정을 한참 바라봤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재직 중이었던 박 이사장은 전 열사의 고교 2학년 시절 담임 교사였다.
전 열사는 3학년생이던 1980년 5월21일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총격에 숨졌다.
박 이사장은 1년 내내 가르쳤던 제자가 3학년 진학 두 달 만에 희생된 것이 스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죄스러웠던 마음과 미안함에 그는 지난 41년간 제자의 묘를 찾지 못했다.
박 이사장이 어렵사리 제자의 묘지를 찾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전 열사 아버지의 독려에 힘입어서다. 아버지 전씨는 박 이사장에게 "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나선 것이 자랑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참배를 마치며 "영진이는 '겁이 많은 학생'으로 보였다. 나중에서야 민주화를 향한 영진이의 불꽃 같은 희생 정신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진상 규명을 위해 진실된 증언이 모이도록 사회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1980년 5월의 진실을 위장·조작한 자료가 많다. 진상 규명을 위해 시민군 학살을 자행한 당시 군 지휘부부터 말단 계엄군까지 진실된 고백이 절실하다"며 "시민단체와 정부가 증언자들이 별다른 압박 없이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박 이사장은 지난 2019년 5·18 민중항쟁 열흘을 기록한 수기 '5·18 광주 의거, 시민항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그는 1980년 6월14일부터 15일 사이 '광주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각오만으로 은신처에서 200자 원고지 150여장 분량의 수기를 썼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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