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과학칼럼]스트레스 '가득한' 세상 vs 스트레스 '없는' 세상
스트레스 없는 세상? 3일 버티기 힘들어
견딜 수 없는 지루함에 심하면 환각장애까지
스트레스, 생존에 필요한 신체기능 활성화
벼락치기때 역대급 집중력? 스트레스 산물
과학지식을 그저 알기만 하고, 실생활에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본 칼럼을 통해서,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의 과학교양서를 저술했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외래어를 사용한다. 이 중 독보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 1위가 바로 ‘스트레스’다.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서 스트레스야!” 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요즘 동생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줘.” 등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스트레스가 그만큼 우리의 일상 속 큰 적이라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스트레스 없는 세상? 3일 버티기 힘들어
1950년대 캐나다 맥길대학교 심리학 연구소에서는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방법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공부도 전혀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실험에 지원한 참가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게 했다.
스트레스 원인이 되는 감각과 자극을 모두 차단하기 위해 실험실의 침대에 눕히고, 반투명 고글을 쓰고, 팔을 원통에 넣고, 손에는 면장갑을 착용하게 했다. 그리고 머리를 넣을 수 있는 U자형 베개를 이용해서 소리조차도 듣지 못하게 했다. 식사도 무료로 제공됐고 화장실도 본인이 가고 싶을 때 마음껏 갈 수 있었다. 대부분 실험 참가자들은 이 실험이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실험 첫날 참가자들은 모두 잠을 푹 잤다. 자극이 전혀 없는 환경이니까 아무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잠을 잤을 것이다. 그런데 행복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루함은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일부 참가자들은 불안이나 환각 장애를 보이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결국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하루 만에 실험실을 뛰쳐나왔고 오래 견딘 참가자들도 3일을 넘기지 못했다. 쉽고 편한 실험인 줄 알았는데 심하면 환각 장애까지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실험이었던 것이다.
스트레스, 생존에 필요한 신체기능 활성화
이 실험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외국으로 떠나려는 것도,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를 갖고 싶은 것도 모두 인간이 자극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증거다. 그런데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이나 걱정 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스트레스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서 외국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고 처음에는 서툴렀던 운동과 취미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가 현재의 좋지 않은 상황을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는 동기를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특히 스트레스는 인간들이 지금과 같이 문명을 이루기 전에는 생존에 꼭 필요했다. 원시시대는 지금과 달리 도처에 맹수의 위협이 항상 있었다. 만약 맹수와 마주치면 몸이 즉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야 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소화 활동이 중단되고 심박수가 늘어나면서 에너지의 생성이 증가하는데, 덕분에 평소보다 신체 능력과 민첩성이 높아지고,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맹수 때문에 당장 죽게 생겼으니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부 신체의 기능은 중단시키고, 생존에 필요한 신체의 기능은 더욱 활성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에도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먹잇감을 잡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져서 풍족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벼락치기 시험공부에 역대급 집중력? 스트레스 ‘산물’
맹수의 위협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현대 사회에서도 스트레스는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일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하는 일의 마감 시간이 다가왔거나 중요한 시험이 코앞일 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기는 하지만 효율이 평상시보다 훨씬 좋다는 걸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날만 오면 평소에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던 일이 갑자기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학생들은 평소에는 머리로 잘 들어오지 않던 막대한 양의 지식이 갑자기 쏙쏙 들어온다. 공부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력도 정말 간만에 최고치에 다다른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내가 시험 기간 때 어떻게 이렇게 공부를 많이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평소에 공부를 거의 하지 않다가 시험 기간만 찾아오면 벼락치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다. 이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찾아오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시험 성적에 도움을 준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서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들은 대부분 유스트레스에 가깝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본인이 겪는 스트레스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서는 스트레스를 마음 편히 받아들이고 적절히 이용하기도 하면서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잠시 게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명상은 스트레스 전문가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런 방법들 외에도 본인만의 독특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스트레스를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겨낼 힘을 주고 삶에 새로움과 활기를 불어넣는 건전한 자극이 될 것이다.
김지완 (2pa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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