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맏형' 故이춘연, 눈물의 영결식.."큰 별이 떠났다"(종합)
'여고괴담' 시리즈 제작..영화 새 지형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영화인들의 맏형'으로 불리는 고(故)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이 영면에 든다. 향년 70세.
15일 오전 10시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 이사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영화인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사회는 배우 권해효가 맡았다.
김동호 장례위원장은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하며 "고인은 뛰어난 선별력으로 우리 영화계에 길이 남을 좋은 영화들을 많이 제작해왔다. 특히 그 과정에서 뛰어나고 재능있는 신인 배우들과 감독들을 수많이 배출해 한국 영화의 튼튼한 기반과 기틀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노장과 소장, 신인과 기성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빈소를 찾는 모습을 봤다. 영화계의 큰 별, 맏형이자 맏오빠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걸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이곳을 찾은 많은 영화인이 힘을 합치고 오늘날 영화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병헌은 고인을 추억하며 "거산같은 분이셨다.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비현실이 현실의 가슴을 친다. 통탄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비탄스럽고, 많이 아쉽다. 앞으로 10년, 20년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셔야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출연한 2002년 영화 '중독'을 언급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빠른 작품을 하기도 했다. 시대 감각이 뛰어났고, 앞선 감각을 시대가 종종 못 알아봤던 것 같다. 그땐 박수받지 못했던 걸작을 함께했던 영광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저희를 떠나셨지만, 떠나시지 않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게 아니다. 이병헌이 끝까지 잘하고 살아나가는지 지켜봐 달라. 무한 존경했고 사랑했고 감사했다"고 애도했다.
배우 김규리도 고인에 대한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지혜를 빌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제 어떻게 이겨내야 될까. 이렇게 부족한 저를 놔두고 먼 길을 홀연히 떠나셨나. 1998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한국영화판에 입문하게 해주셨고 언제 어디서든 늘 호탕한 웃음으로 따뜻한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 든든함과 여유로움, 유쾌한 에너지로 젊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줬다. 어떤 어려움도 대표님이 한번 웃어주시면 다 괜찮아졌다"며 "한국 영화계에 대표님이 안 계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늘 푸르른 산처럼 계셔줬다. 영화인의 삶에 좌표와 기준이 되시던 대표님,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고인과 인연이 깊은 이준익 감독과 이창동 감독도 단상에 올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준익 감독은 "당신만큼은 이렇게 갑자기 가시면 안 됐다. 뒤에 있는 저희는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라는 말을 늘 형에게 들었다. 그 정신을 늘 생각하고 살겠다. 형님의 빈 자리를 잘 채워보겠다. 좋아했고 존경했다"고 울먹였다.
이창동 감독도 "언제나 있을 줄 알았던 존재가, 기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한국영화는 이춘연이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 영화계의 세대간 가교 역할을 했다. 스크린 쿼터, 스태프 처우 개선, 표현의 자유화, 블랙리스트, 부산영화제 사태 등 한국 영화계의 모든 이슈의 중심에 이춘연이 있었다. 늘 지치지 않고 싸우고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 영화계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었던 시기에 늘 자리를 지킨 이춘연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였다"고 추모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눈물로 고인과 작별했다. 영결식에는 '벌써 보고싶습니다 두목'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영화인들의 마음을 전했다. 영결식에는 안성기, 박중훈, 설경구, 손예진, 김옥빈 등 배우들과 박찬욱 감독, 정지영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51년 전남 신안 출생으로 중앙대 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1970년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1983년부터 영화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영웅연가', '더 테러 라이브' 등 다수 영화를 기획∙제작했다. 특히 1994년 설립한 씨네2000 대표로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해 한국 공포 영화의 새 지형을 열었다. 이 시리즈는 한국영화계의 신인 감독 및 배우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계 선후배들을 아우르며 한국 영화의 중흥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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