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학군..미국 부동산도 똑같아요" [강영연의 인터뷰집]
"젊은이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집은 누구와 함께 사느냐가 중요
50년 된 주택이지만 충분히 행복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야
김종민 구글 시니어 UX엔지니어 인터뷰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내 집 마련도 열심히 일한 끝에 가능했다. 그는 "집을 계약하던 날 모기지를 담당하던 은행 직원이 '그래도 열심히 사셨으니 젊은 나이에 이런 집을 사실 수 있는 거예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났다"며 "그동안의 고생을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소위 말하는 비싼 동네의 좋은 집은 아니다. 지어진지 50년이 다 돼가는 오래된 주택이다. 그는 그 집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수리하며 손때 묻은 집에서 자라가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과 비교해 불행해지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고졸에서 구글 시니어엔지니어로
최근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졸 PC방 알바가 포트폴리오 하나로 구글의 입사 제안을 받기까지, 그 후의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한 김 작가는 구글 본사에서 시니어 UX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부러워 할만한 경력이지만 그의 인생이 처음부터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편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수학능력평가 성적도 잘 받았지만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에 무리하게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재수를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때 부모님이 사주신 컴퓨터가 문제였다. 20살 처음 접한 컴퓨터 '덕분에' 그해 수능 성적은 더 떨어졌다. 결국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진학했다. 학교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이 대학을 졸업하는 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수업도 이 정도는 독학으로도 충분하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결국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자퇴를 했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PC방 알바는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 당시 사장은 국내 대기업에서 인사과장을 하다 퇴직한 사람이었다. 나이도 40대 중후반에 불과했다. 그는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가고, 그리고 결국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PC방이나 치킨집을 차리는 게 옳은 방향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저는 고졸이라 대기업에 갈 수도 없었겠지만, 그보단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테고 그 후에는 다른 걱정 없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25살이 되던 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웹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로, 미국 뉴욕으로 무대를 넓혀갔다. 뉴욕에 있으며 취미로 만들었던 프로젝트가 구글의 팀 리더 눈에 띄었고, 입사 제안을 받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저와 같은 성격일 수 없어 함부러 조언을 하긴 힘들다"며 "하지만 혹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누구와 살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
그는 가족들과 미국 실리콘밸리 근처 주택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주택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모두 아파트에 살았다. 주택보다 월세가 저렴했고, 주택을 살만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아이들에게 더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 사람들은 거주 형태로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미국인들은 주택을 더 좋아한다. 그는 "미국에서 아파트의 인식이 한국처럼 세련된 고층 아파트의 이미지가 아니라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미지가 있다"며 "인건비가 비싸서 차고나 마당에서 직접 스스로 뭔가를 만드는 문화도 정착되어 있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집을 고를 때는 현실적인 제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실리콘밸리의 학군 좋고 집 값 비싼 동네는 포기했다. 대신 깨끗하고 현실적으로 매매할 수 있는 저렴한 동네를 택했다. 그동안 사치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 더 좋은 집에 살고, 편하게 사는 사람도 많았지만 남과 비교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은 대부분 잘 사는 분들이었어요. 비싼 등록금으로 유학도 하고, 미국에 오자마자 20억원은 기본인 동네에 집을 사기도 하고요. 유학도 안 하고 집의 지원도 없이 미국에 온 사람들은 극소수였어요."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안에도 충분히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세차장에서 일하시던 한국분이 주변을 보지 말고 둘이서 앞만 보고 가라는 말을 했었다"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요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고칠 부분이 많았다. 바닥도 새로 깔고, 전등과 스위치도 모두 교체했다. 욕실은 타일부터 욕조, 변기까지 바꿨다. 처음 산 집이 다보니 애정을 가지고 이 작업을 모두 직접 했다. 그는 "전등은 3번 이상 교체하기도 하고, 욕조부터 변기, 수도꼭지 하나까지 직접 구매해서 인테리어를 진행했다"며 "처음 일 년 정도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수리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 집에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는 등 6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가 문득 벽에 있는 낙서를 보면서 '나는 이 집에 보이는 아이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집이라는 건 그 안에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곡 옆의 집에서 살고 싶다"
부동산을 투자의 목적으로 보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걸 특별히 선악으로 판단하진 않는다"며 "다만 그런 열기가 과열되면 저같은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힘들어 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못해봤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할 만큼 자산이 많지 않아서 아직까진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군, 가격, 아내의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만큼이나 집을 고를 때 학군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처음 집을 구매할때 부동산 브로커가 첫째도 학군, 둘째도 학군, 셋째도 학군이라고 말했다"며 "미국은 좋지 않은 학군일 경우 총기, 마약 등의 위험 요소가 있어서 더 신중하게 되는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은 예산을 뜻하고, 와이프의 의견은 집의 구조나 위치가 와이프의 마음에 드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예산의 제약 없이 집을 산다면 사고 싶은 집고 '학군이 좋은 곳에 넓은 집'이라고 했다. 학군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산속 계곡 옆에 지은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김 작가는 "개인적으로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계곡도 좋아한다"며 "학군이나 어떤 제약도 없다면 그런 곳에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 갖추고 싶은 구성품으로 작업실, 넓은 마당, 큰 창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실은 제가 필요한 공간이고 넓은 마당과 큰 창문은 각각 아이들과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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