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보고 싶습니다, 두목'.. 故 이춘연 대표 눈물의 영결식장

송민섭 2021. 5.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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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연 씨네2000 대표 겸 영화인회 이사장의 영결식이 1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고인 영결식에는 안성기, 설경구, 손예진 등 영화계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평소 고인을 따르던 영화계 후배 감독 및 배우들의 추도사와 추도 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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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에서 상주가 고인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연 씨네2000 대표 겸 영화인회 이사장의 영결식이 1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고인 영결식에는 안성기, 설경구, 손예진 등 영화계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평소 고인을 따르던 영화계 후배 감독 및 배우들의 추도사와 추도 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장 중앙에 ‘벌써 보고 싶습니다 두목’이란 글귀가 걸린 가운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조문객들은 생전 고인의 농담과 유쾌했던 웃음을 추억했다. 

김동호 장례위원장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좋은 영화들을 많이 제작했고, 재능있는 신인 배우와 감독들을 수많이 배출해 오늘날 한국 영화의 기틀을 잡아줬다”며 “이제 어려운 영화계는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하늘에서 편히 쉬면서 영화계의 앞날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는 “이춘연 이름 석자가 빠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황당한 시나리오를 한 편 받게 됐다”며 “당장 저 뒤에서 ‘해효야 재미 없어, 빨리 끝내’라고 하실 대표님 모습이 그려진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창동 감독은 추도사에서 “늘 농담을 좋아하던 형이었기에 이 자리 또한 형이 만들어놓은 장난스러운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며 “후배들한테는 무슨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듬직한 맏형이었고, 더 젊은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되어줬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영결식에서 영화 관계자들이 고인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이 생전 자신을 ‘지루한 영화 만드는 감독’이라고 불렀다고 전한 이 감독은 영화 ‘오아시스’에서 설경구가 나무 하나를 자르는 데 뭘 그렇게 시간을 오래 끄냐고 타박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영화도 지루하게 찍더니 추도사도 지루하게 한다’고 할 것 같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준익 감독은 고인을 ‘춘연이 형’이라고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감독은 “당신만큼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뒤에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대표작인 ‘여고괴담’ 시리즈 두 번째 편에 출연하며 데뷔한 배우 김규리는 이 대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하는 편지를 읽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김규리는 “푸른 산처럼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다. 이런 말을 하면 ‘야, 밥은 먹었냐. 밥 먹고 다시 전화해라. 허허허’라고 말해주실 텐데”라고 흐느꼈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중독’을 언급하며 “그때는 박수받지 못한 저주받은 걸작을 안겨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춘연 대표님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떠나지 않았다.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했다”고 추도했다.

고인은 지난 11일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회의에 참석한 뒤 귀가했으나, 심장마비로 쓰러져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향년 70세. 이날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 상영에 영결식장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전남 신안 출생의 고인은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여고괴담’ 시리즈 등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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