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제도 개선,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내로남불 탓?

한주홍 2021. 5. 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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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 발탁 못해"
與도 동의..도덕성 검증 비공개로 하는 '투트랙' 방식 추진
여야 바뀌면 입장도 바뀌어..과거엔 새누리당이 주장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여권이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장관 후보자 거취로 몸살을 앓으면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편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도덕성은 비공개로 검증하고 이후 정책 검증을 공개 청문회로 진행하는 '투트랙'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권이 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가족의 학력·신상 등이 모두 검증 대상이 되면서 청문회 제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조 전 장관 이후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청문회를 우려한 후보자들이 줄줄이 고사하는 탓에 적임자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공개 언급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안주기식 청문회 제도로서는 정말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도덕성 검증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 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돼야 한다고 바라 마지않는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문 대통령의 언급에 청문회 제도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 집권당이 되더라도 동일한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면 다음 정권부터 적용되는 단서를 달더라도 차제에 청문회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능력검증과 개인 문제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사 논란이 일 때마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현실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과도한 신상털이식 청문회를 방지하자는 법안이 세 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지난해 11월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중지를 모았지만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청문회 제도를 손보지 못하는 건 여야 모두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결국 청문회를 대하는 여야의 셈법이 달라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로남불'이 청문회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야당에게 청문회는 몇 안 되는 무기일 뿐 아니라 정부·여당의 실책을 지적할 수 있는 '꽃놀이패'다. 이번 임·노·박 장관 후보자의 경우처럼 비위 의혹이 이어지는 경우 정부·여당에 상처를 주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야당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제안이 나오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무안 주기식 청문회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왜 야당일 때는 청문회 후보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셨는지, 왜 지금까지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은 안 하셨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수가 바뀌었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여야 모두 입장이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신상털이식 청문회 관행을 없애야 한다며 비공개 도덕성 검증을 추진한 반면 민주당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여야에 따라 입장이 180도 극명하게 바뀌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13년 김용춘 초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자 "죄인처럼 혼내는 인사청문회 때문에 나라의 인재를 데려다 쓰기가 어렵다. 망신주기로 변질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조종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열린 국정기획조정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앞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choswat@newsis.com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청문회가 죄와 허물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라기보다 지명자들의 능력과 꿈의 크기를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엔 현 여당이 반기를 들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겨냥 "청문 대상자를 올바른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추천하지 않고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장과 토씨 하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청문회 탓을 했던 박 전 대통령조차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하자 국회 인사청문회 범위를 모든 국무위원으로 넓힐 것을 주장했다.

이렇듯 여야가 바뀔 때마다 청문회를 대하는 입장이 바뀌는 탓에 근본적 제도 개선은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도덕성 비공개 검증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능력검증만 공개하는 방식이 아닌 도덕성·능력 모두를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가 모두 공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능력검증만 공개하자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정책능력과 도덕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냐는 질문에도 도덕성 47%, 정책능력 47%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조사기간 : 5월11일~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응답률 14%,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한국갤럽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한다 해도, 사실상 고위공직 후보자의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검증은 후보 지명되는 순간부터 주로 야권이나 언론을 통해 이뤄진다. 현실적으로 이를 제약할 방법이 없다"며 "인사청문회 방식을 변경해도 후보 지명 전 검증 시스템 개선 없이는 반복되는 인사 난맥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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