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脫원전도 반기, '원팀' 외친 文 앞에 두고..정책 변화 주문한 송영길
'GTX-D' 노선 개선도 요구
당청 '정책 균열' 커질수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김포~부천으로 예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과 원자력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청 간의 원팀 정신을 강조한 가운데 송 대표는 구체적인 사례를 일일이 들어가며 청와대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송 대표가 과거처럼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당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이날 GTX-D 노선과 원전 등 일부 정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4차 국가철도망계획이 발표돼 공청회 기간을 거쳐 6월에 확정될 텐데 GTX-D 노선이 김포에서 끝나 서부 지역에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청와대) 정책실장과 하겠다”고 못 박았다. GTX-D 노선은 당초 서울 강남·하남과 직결되기를 바랐던 해당 지역의 요구와 달리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잇는 것으로 결론이 나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송 대표는 문 대통령이 역점을 기울인 2050년 탄소 중립화 정책도 사실상 정조준했다. 그는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원전 폐기 시장 등에서 한미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이런 발언을 두고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당청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송 대표가 이날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당도 선거를 앞둔 경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역사였다”며 원팀 정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 출장소’로 불렸던 과거에서 탈피해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송 대표가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한 과제로 내세운 국가철도망 계획 외에도 부동산·검찰개혁·백신수급 등의 분야에서 당청 간 잡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현재 당청이 가장 큰 인식차를 보이는 분야로 꼽힌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세금 경감과 규제 완화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여당에서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 자격 기준 완화 등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송 대표가 취임한 직후 부동산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당내) 부동산특위가 만들어졌다. 당장 내년 재산세 부과 문제에서 긴밀히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당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지난 12일 특위 첫 회의에서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주당은 다주택자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양도세 완화 방안 역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9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총괄적인 재검토에 들어간 민주당 지도부와 달리 청와대는 규제 완화에 거부반응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종부세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는 대표 사례로 지목된 검찰개혁 역시 당과 청와대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더 완전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송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생 현안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송 대표는 이달 2일 당선된 후 지금까지 부동산·백신치료제·반도체 특위를 재구성했지만 검찰개혁특위 구성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달 10일 “검찰개혁 특위도 추가 논의를 거쳐서 구성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언제이냐에 약간 이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만큼 검찰개혁은 다소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송 대표가 검찰개혁을 후순위로 미룰 경우 당내 강경 친문파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청 갈등에 이어 당내 분열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달 14일 “검찰개혁을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이달 11일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언론개혁은 다른 입법이 그러하듯 국회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입법활동”이라며 관련 로드맵을 제시해줄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청와대는 당청 간 불협화음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송 대표가 제안한 SMR 협력 강화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한 답은 당 쪽에서 듣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송 대표의 ‘김부선 연장’ 제안에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가 그 문제를 모두 발언에서 말했는데 비공개로 간담회가 전환한 후 그와 관련한 논의나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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